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활동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8월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관여 등 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16년 10월 국가안보실 근무 군 간부에게 계엄령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이 김 전 실장의 지시와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의 연관성 여부를 수사하고 나섰다.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을 수사 중인 군· 검 합동수사단 관계자는 14일 “김 전 실장이 당시 계엄령 검토를 지시하면서 ‘국회에서 계엄 해제를 의결하려고 할 때 계엄을 유지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해도 되는지’ 등을 확인해 보고하라고 했다는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당시 안보실 군 간부는 김 전 실장의 이런 지시에 따라 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청와대 고위 인사가 계엄령 검토를 지시해 보고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합수단은 김관진 전 실장이 검토 지시한 ‘국회 해제 의결 무력화 방안’이나 ‘육군 참모총장의 계엄사령관 임명’ 등이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에서도 검토된 내용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의 지시와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은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희망계획’이란 이름으로 북한 급변사태 등에 대비한 계엄령 선포 검토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의 지시가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이나 조현천 기무사령관에게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점도 촛불집회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데다,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시점인 2017년 2월과는 4개월의 시차가 있어서 예단하긴 이르다. 추가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안보실 문건과 기무사 문건은 내용이 조금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기무사 문건이 국회 무력화 방안과 관련해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체포’ 등과 같은 불법적 행위가 포함된 데 비해, 청와대 안보실 문건은 합법적 테두리에서 국회 의결을 지연시키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합수단 관계자는 “두 문건의 내용에 서로 다른 부분이 있지만, 나중에 기무사에서 더 발전시켰을 수도 있어서 둘 사이의 관계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합수단은 보강 수사를 거친 뒤 김관진 전 실장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현재 김 전 실장은 한민구 전 장관,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등과 함께 피의자로 입건돼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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