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미군 C-17 수송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따라 이동하자 탈출을 위해 활주로에 몰려들었던 아프간 시민들이 달려가고 있다. 카불 AP/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 남아있던 마지막 한국인 4명이 17일(현지시각) 새벽 모두 무사히 출국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아프간에 잔류하던 재외국민 1명과 그의 출국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에 남았던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 등 공관원 3명이 탄 항공기가 한국 시각으로 17일 오전 9시께 이륙했다. 애초 예정된 시각보다 12시간 넘게 지연된 ‘탈출’이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마지막 교민과 공관원들이 탑승한 항공기는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확인했다. 이들이 도착한 목적지는 중동지역의 제3국이다.
이들의 첫 출국 시도는 한국 시각으로 16일 저녁 이뤄졌다. 미군 수송기에 탑승을 마친 상태여서 외교부 본부에서도 이륙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을 태운 수송기는 끝내 활주로를 떠나지 못했다. 탈레반을 피해 필사적으로 떠나려는 아프간인들이 공항으로 몰려들면서 활주로가 아수라장이 됐기 때문이다. 미군은 일시적으로 모든 항공 운항을 일시 중단했고 이들의 발도 묶였다.
외신에 따르면 활주로가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자 미군은 경고 사격을 하며 해산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사망자도 발생했다. 비행기에 매달려서라도 탈출하려던 시민들이 이륙한 비행기에서 추락해 숨지는 참극도 전해졌다. 카오스에 빠졌던 카불 공항이 반나절 만에 운영이 재개되면서 이들을 태운 미군 수송기는 이륙에 성공했다.
재외국민 ㄱ씨의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현지에 남아 있던 최 대사와 대사관 직원 2명까지 떠나면서 정부가 파악하는 한 아프간에 남아 있는 한국 국민은 없다. 15일(현지시각) 탈레반의 카불 진입이 가시화하면서 대사관은 잠정 폐쇄하고 직원 대부분은 한국 시각으로 이날 밤 미군 수송기를 타고 중동지역의 제3국으로 피신한 상황이다.
잠정 폐쇄한 주아프간 대사관 업무는 현재 주카타르대사관 내에서 임시로 수행하고 있다고 최 대변인은 설명했다. 아울러 제3국으로 피신한 최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은 당분간 제3국에 머무르면서 관련 업무를 지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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