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6월17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희생자 유골봉환 사진전. <한겨레> 자료사진
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미쓰비시중공업에 국내 기업이 지급해야 할 물품대금 채권을 압류하면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원고 변호인단의 임재성 변호사는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번 법원 결정의 효력이 확정되면 추심명령에 따라 즉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뤄졌던 특허권·상표권 압류 때와 달리 별도 자산 평가 등의 절차 없이 신속히 현금화 절차를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일제 시기 근로정신대로 동원돼 큰 피해를 겪은 양금덕(90) 할머니 등 원고 4명은 이달 초 트랙터 등을 생산하는 엘에스(LS)그룹 계열사인 엘에스엠트론이 미쓰비시중공업에 지급해야 할 물품 대금 8억5천만원 관련 채권을 압류해달라며 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을 법원에 냈고,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지난 12일 이를 받아들였다. 이 결정에 따라 엘에스엠트론은 이 돈을 미쓰비시중공업에 지급할 수 없게 됐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판결 이행 거부로 원고들은 2019년 초부터 한국 내 일본 기업들의 자산을 찾아내 압류를 신청한 뒤 강제로 현금화하는 절차를 진행해왔다.
미쓰비시중공업의 경우 원고들은 2019년 3월 대전지법에 이 기업의 국내 보유 자산인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에 대해 압류신청을 해 승소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1월 즉시항고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6월9일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태다. 이처럼 현금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앞서 이뤄진 특허권·상표권 압류 때와 마찬가지로 일본 외무성의 송달 거부→한국 법원의 공시송달 결정→일본 기업의 즉시항고→재항고 등의 긴 과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명확히 국제법 위반이다. 만약에 현금화에 이르게 되면 일-한 관계는 심각한 상태가 되니 (이를) 피해야 한다고 일본 정부는 거듭 한국 정부에 말해왔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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