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세종 재단법인 이사장.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내를 대표하는 외교·안보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가 속한 세종 재단법인 문정인(72) 이사장이 사임하기로 했다.
28일 세종연구소 안팎의 설명을 종합하면, 문 이사장은 전날 임원진과 연구위원 등이 참석한 내부 회의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때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지낸 문 이사장은 지난 2021년 2월 제14대 세종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으며, 임기를 1년여 남긴 상태다.
문 이사장의 사의 표명에 따라 재단 쪽은 오는 3월14일 이사회를 열고 후임 이사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다만 이사진 공백이 길어진 탓에, 문 이사장은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이사회 때까지 직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쪽은 기존 이사의 임기가 끝남에 따라 지난해 10월 신규 이사진 4명을 추천했지만, 그간 외교부가 임명을 미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이사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은 재단에 대한 외교부의 감사와 맞물려 눈길을 끈다. 외교부 감사관실은 지난 21~24일 재단에 대한 실지감사를 벌였다. 감사의 초점은 세종연구소가 지난 1995년부터 각 부처 및 지자체 고위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해 온 1년짜리 국가전략연수과정 예산 및 운영 실태다. 외교부 쪽은 애초 1주일 예정으로 시작했던 실지 감사를 나흘 만에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해 7월에도 재단에 대한 감사를 벌인 바 있다. 동일 기관을 상대로 불과 7개월 남짓 만에 두 번째 감사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세종연구소는 정부 발주 연구 용역이 대폭 줄어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 내부에서 “외교부의 지속된 압박에 못이겨 사의를 표명한 것”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역시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홍현익 국립외교원장도 외교부의 감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해 12월 부분적으로 감사가 이뤄졌고, 홍 원장의 일부 업무에 대한 제한이 있었다. 현재까지 원장 직무는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감사 절차가 마무리되면 적절한 시기에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1년 8월 취임한 홍 원장은 임기가 6개월여 남은 상태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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