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서로 “외교적 승리” 주장
중, 남·북과 관계악화 피해 ‘안도’
미, 국제사회서 지도력 발휘 ‘만족’
중, 남·북과 관계악화 피해 ‘안도’
미, 국제사회서 지도력 발휘 ‘만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9일(현지시각) 천안함 관련 의장성명을 발표한 뒤, 남북한은 각각 ‘외교적 승리’를 주장했다.
남쪽은 중국과 북한이 끝까지 반대했던 ‘공격’(attack), ‘비난’(condemn) 등의 단어를 결국 의장성명에 포함시켰으며, 재발방지에 대한 언급이 들어있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반면, 북쪽은 천안함 공격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자신들의 주장이 성명에 포함돼 있고, 북한을 공격 주체로 직접 명시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유엔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이를 두고 “외교문제, 특히 유엔에서 100 대 0의 결과를 기대할 순 없는 것”이라며 “이 정도의 문안은 애초 기대했던 것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외교가에서도 대체로 ‘한국의 제한적 승리’라는 평가가 짙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초점은 ‘남북한 중 누가 이겼느냐’보단 미국과 중국의 대타협 쪽에 맞춰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0일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성명이 북한을 핵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서방과 중국간 타협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시사하면서 어떤 전제 조건도 달지 않았다는 건 의장성명 발표 뒤 가장 주목되는 지점이다. <워싱턴 포스트>도 “유엔 성명이 남북한 양쪽에 숨쉴 공간을 내주었다”며 “남북한 모두 천안함 긴장 국면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설 수 있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성명 문안을 놓고 미국·한국과 줄다리기를 벌였던 중국은 이번에 끝까지 북한을 방어해 북-중 관계를 지켜낸데다, 경제적 중요성이 큰 한국과의 관계악화도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점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성명 도출과정에서 서방과 중국·러시아의 대결 양상을 피하고 만장일치를 끌어내 국제사회에서 지도력을 발휘했다는 점을 스스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 성명 문안만 보자면, 북한과의 외교전에서 판정승을 거뒀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번 국면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관계 훼손을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한 미국 일변도의 외교자세를 그대로 노출시킨 점은 향후 한-중 관계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뉴욕/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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