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 전례 살펴보니
상대국엔 수정 관철시켜
상대국엔 수정 관철시켜
미국이 자유무역협정을 발효한 뒤 자국에 불리하게 협정을 개정한 전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누리집을 보면, 미국은 17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으며, 2008년 8월과 2009년 12월에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과 미-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을 각각 개정한 것으로 나온다. 중미자유무역협정에서는 섬유 제품의 원산지 규정을 까다롭게 개정해 중미산 원사를 사용한 섬유 및 의류에만 관세 혜택을 주도록 했다. 미국이 자국 섬유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이렇게 협정을 개정한 것이다. 이스라엘과는 농산물 분야의 통상협정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을 했다.
또 미국은 이미 타결된 협상은 물론, 협상 상대방 나라의 의회에서 비준동의한 협정까지 재협상을 요구해 관철시키기도 했다. 페루 의회는 2006년 6월 미-페루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찬성 79, 반대 14’로 통과시켰고, 콜롬비아 의회도 비슷한 시기에 미-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를 마쳤다. 하지만 미국은 새롭게 의회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이의를 제기한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결국 두 나라는 재협상 끝에 다시 서명하고 비준동의 절차를 밟아야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도 우리 국회가 2009년 4월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의결했지만 미국이 자동차 분야의 재협상을 요구해 지난해 12월 합의서한을 추가로 작성했다.
미국은 그러나 자국에 불리한 재협상이나 협정 개정에는 일체 응하지 않았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뒤 멕시코는 서민경제 침체와 심각한 양극화에 시달렸고 2006년 재협상 요구 운동까지 일어났다. 미국 정부는 이런 요구를 일축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개정 협상은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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