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학자 딘 베이커
베이커 미 경제정책센터 소장
“ISD는 중요분야 주권 포기”
“ISD는 중요분야 주권 포기”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성향 경제학자인 딘 베이커(사진) 경제정책센터 연구소장은 22일(현지시각)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과정에서 논란이 된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와 관련해 “한국이 이를 우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말했다.
베이커 소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에스디는 중요 분야에서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아이에스디에 대해 우려하는 건 옳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에스디 조항이 형식적으론 양국에 동일한 권리를 보장하지만, 현실적으론 상대적으로 시장이 불투명한 한국에 불리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그렇다. (미국의 상대국이) 아이에스디 조항으로 이득을 본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아이에스디는 근본적으로 미국이 자국의 법체계를 상대국에 구축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베이커 소장은 에프티에이 체결로 인해 “미국이 받을 영향은 (혜택이든 피해든) 느끼지도 못할 정도일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 축산업자들과 농업분야 종사자들은 명백하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 소비자들이 특허, 저작권 조항으로 관련 제품의 가격 상승에 직면할 것”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 화이자, 디즈니 같은 미국 정보통신·제약·지식·오락 분야 대기업이 에프티에이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이런 협상에서 ‘관련 조항이 아무런 충격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협정이 비준되면 가장 강력한 수준의 지적재산권 규정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등 일부 공산품은 한국의 수혜 업종이 될 수 있지만, 한국차의 수출 증대가 일본브랜드 시장을 잠식해 미국 자동차산업 전반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닐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쇠고기시장 추가 개방과 관련해 광우병 파동을 염두에 둔 듯 “미국에서 팔 수 없는 걸 한국에 수출하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미국 업자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포함한 쇠고기시장 완전개방을 추구한다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한-미 에프티에이가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두고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증대로 축산업자들이 일터를 잃고, 약값 상승으로 의료체계가 흔들리면 한국 사회에서 에프티에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며 “한-미 관계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커 소장은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세계은행, 미 의회 경제위원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무역자문위원회 등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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