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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실패한 쿠르드 바지안 사업…최규선은 440억 수상한 돈챙겨

등록 2015-01-21 21:53수정 2015-01-26 11:16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14일 서울 통의동 접견실에서 네치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바르자니 총리와 악수하는 최규선씨. 사진공동취재단, 유아이에너지 누리집 갈무리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14일 서울 통의동 접견실에서 네치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바르자니 총리와 악수하는 최규선씨. 사진공동취재단, 유아이에너지 누리집 갈무리
[탐사기획] MB ‘31조 자원외교’ 대해부
④ 눈먼 돈의 비극, 정경유착
2007년 11월 초. 한국석유공사에 한통의 전자우편이 도착했다. 당시 석유공사는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와 바지안 탐사광구에 대한 ‘생산물분배계약’(PSC)을 맺기 직전이었다. 전자우편 발신자는 쿠르드 천연자원부 장관이었다. 천연부 장관의 어투는 단호했다.

‘우리가 유아이(UI)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바지안이 블록(Block)이 될 수도 있다. 유아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바지안 생산물분배계약에 유아이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언급된 유아이는 국내 에너지개발 전문업체인 ‘유아이에너지’였다. 유아이에너지를 석유공사 컨소시엄에 끼워줘야 계약서에 서명하겠다는 뜻이었다.

석유공사 이사회에선 그동안 유아이에너지 사업 참여를 극구 반대해왔다. 겉으론 컨소시엄에 참여한 다른 민간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아 못 미더운 탓도 컸지만, 사실 속내는 다른 데 있었다. 유아이에너지 회장이 바로 김대중 정부 시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규선(55)씨였기 때문이다.

쿠르드 정부, 석유공사와 계약전
최씨 회사 컨소시엄 포함 요구

그런데 석유공사가 쿠르드 천연부 장관에게 보낸 답변은 뜻밖이었다. 석유공사는 ‘유아이에너지로부터 의무이행각서를 받고 컨소시엄 회사로부터 지분 할당에 대한 동의를 구한 후 광권계약에 포함시켜줬다’고 했다. 의무이행각서의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국내 은행이 발행한 250만달러(27억여원)짜리 보증신용장을 공사에 제출하는 것이었다. 서명보너스만 2억달러(2176억여원)가 들어간 사업인 점을 고려하면 특혜에 가까운 조처였다.

통상의 거래 행위에서 보기 드문 쿠르드 천연부 장관의 요구와 석유공사의 수용은 쿠르드와 석유공사가 전자우편을 주고받은 지 며칠 뒤인 11월10일 결국 성사됐다. 당시 연매출 276억원에 불과한 유아이에너지는 바지안 컨소시엄 지분 5%를 갖고 참여하게 됐다. 당시 지에스(GS)그룹의 지주사인 지에스홀딩스의 지분 4.75%보다 높았다.

쿠르드 천연부 장관과 최씨 사이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씨는 당시 쿠르드에 머물고 있었다. 최씨는 지난해 12월 말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 사건이 끝난 뒤 쿠르드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다. 석유공사가 진출하기 훨씬 전에 쿠르드 쪽으로부터 바지안 광구의 일정 지분을 받기로 구두 약속을 받은 상태였고, 그 약속의 이행으로 보면 된다. 어떻게 보면 석유공사가 굴러온 돌이었다. (쿠르드에 대한) 로비의 산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씨 설명대로면 유아이에너지는 쿠르드와 직접 거래를 틀 수 있는 특수 관계였다. 그런데 유아이에너지는 석유공사가 컨소시엄을 꾸린 뒤에야 움직였다. 직거래가 가능한 거래 상대방을 두고, 자신들을 꺼리는 석유공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바지안 광구 사업에 참여하려는 이상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최씨는 이와 관련해 “2007년 4월부터 유전개발 사업을 하려고 쿠르드에 있었다. 유아이에너지는 자본력과 기술력이 없으니까 누가 오퍼레이터로 들어가면 (쿠르드 쪽에) 작은 지분이라도 참여하게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탄’이 없는 최씨로서는 석유공사 같은 ‘물주’가 들어올 때 지분 참여를 노리고 있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씨는 쿠르드 바지안 광구 사업 참여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9년 7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지분 참여에 따른 시추비용 348만달러(37억여원)를 컨소시엄에 냈지만, 바지안 광구에선 원유가 발견되지 않아 사업을 철수했다. 유아이에너지도 지분을 다른 곳에 팔고 나왔다.

그런데 ‘본업’인 유전개발 사업에선 손해를 본 최씨의 계좌에 쿠르드 정부에서 돈뭉치들이 송금된 사실이 확인돼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한겨레>가 유아이에너지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최씨는 2012년 8월17일 쿠르드 정부로부터 2100만달러(228억여원)를 받았다. 유아이에너지가 2007년 3월 쿠르드와 계약한 이동식 발전설비 공사대금 명목이었지만, 시공업체인 현대중공업은 2012년 말까지 현지에서 시운전조차 한 적이 없는 상태였다. 2010년 3월에는 쿠르드에서 1958만달러(212억여원)가 송금돼 국세청으로부터 출처를 추궁받자 최씨가 네치르반 바르자니 당시 쿠르드 총리 명의로 위조한 대부계약서를 제출했다가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원유 발견안돼 손해보고 철수했는데
최씨 계좌로 2차례 4천만달러 입금

<한겨레>가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석유공사의 이라크 사무소 해외 송/입금 내역’을 보면, 유아이에너지는 바지안 광구 시추 비용도 제때 못 내 10차례나 지연이자를 물었다. 그런데도 정작 최씨 계좌에는 쿠르드에서 돈이 송금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최씨와 함께 사업을 했던 유아이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2012년 5월 어느 날 최씨가 회장실로 불러서 갔더니 ‘국외로 100억원을 반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해서 어렵다고 거절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씨와 쿠르드의 수상한 돈거래 의혹을 뒷받침하는 관련 증언도 나왔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한 회계사는 “유아이에너지 한 임원이 ‘쿠르드 쪽에서 돈이 계속 들어오는데 최씨가 5억원, 10억원씩 들고 나가서는 안 갖고 오는데 비용처리를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조언을 구해 이상하게 생각했다. 돈은 들어오는데 어딘가로 새고, 비용처리는 안 되는 구조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라크 사정을 잘 아는 한병도 전 의원(현 한국-이라크우호재단 이사장)은 “쿠르드 자치정부 인사들은 정부돈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다. 일단 쿠르드 자치정부로 돈이 들어간 순간 그 돈이 누구의 것인지,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석유공사가 쿠르드에 보낸 서명보너스가 누구 계좌로 송금됐는지, 최종적으로 어디에 갔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트너에 ‘국외 반출 방법’ 물어봐
최씨 작년 “수년전부터 추진 사업”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석유공사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쿠르드 서명보너스 지급내역 영수증’ 자료를 보면, 석유공사가 바지안 광구 개발을 위한 서명보너스 등 명목으로 쿠르드 천연자원부 장관이 지정한 계좌에 지급한 돈은 3000만달러(323억여원)이다. 석유공사는 5개 광구 계약을 대가로 총 3회의 서명보너스를 지급했는데, 이 가운데 2건은 독일의 중개은행을 통해 이라크 쿠르드 정부로 입금된 증명서가 확인이 됐지만 바지안 광구 계약을 대가로 지급한 서명보너스의 최종 송금 계좌는 중개은행인 영국 에이치에스비시(HSBC)은행이었다.

<한겨레>는 최씨에게 돈을 송금한 내역과 관련해 쿠르드 정부 쪽에 전자우편으로 질의서를 보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석유공사의 쿠르드 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원외교 ‘1호 작품’으로 꼽힌다. 석유공사는 이라크 중앙정부 경고를 무시하고 쿠르드와 독자적으로 계약을 맺었다가 중앙정부 사업 입찰에 제한을 받았다. 쿠르드 5개 광구 탐사·개발에 지금까지 8494억원이 투자됐으나, 광구 3개는 원유 발견에 실패하고 사업을 철수했다. 확정된 손실액만 3755억원이다.

김정필 임인택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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