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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북의 유엔 회원국 자격 거론까지…박근혜 정부의 ‘말 핵폭탄’

등록 2016-02-19 19:09수정 2016-02-19 22:46

현장에서
박근혜 정부가 북한을 ‘악마화’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 쏟고 있다. 특히 윤병세 장관이 이끄는 외교부가 첨병으로 나서 유엔 회원국을 상대로 ‘북한 악마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북한이라는 주권국가 자체를 ‘대량파괴무기(WMD) 개발기구’라 규정하며 유엔 회원국 자격까지 문제삼는 등 ‘말폭탄’의 수위가 한계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주유엔대표부 오준 대사와 한충희 차석대사는 각각 15,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유엔 가입 때의 의무를 위반한 북한이 과연 회원국이 될 자격이 있는지를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1991년 9월17일 남북한의 유엔 동시·분리 가입 이후 유엔 공식 회의에서 북한의 회원국 자격을 문제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오 대사와 한 차석대사의 이런 문제제기는 외교부 본부의 ‘훈령’에 따른 것이다. 앞서 외교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 직전인 지난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15개 이사국을 상대로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안보리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데 활용할 논리를 정리한 ‘북한 4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대응’이라는 이름의 비공식 외교문서(non-paper)를 유엔대표부에 보냈다. 외교부는 이 자료를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7일 외교부 담당 기자들한테도 공개했다. 사실상 ‘공식문서’인 셈이다.

외교부는 이 문서에서 “북한에 의한 안보리 결의 등 여러 국제적 의무의 일상적, 반복적 위반은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자격(평화 애호, 헌장상 의무 이행 의지 및 능력 보유)까지 의문시하게 만드는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심지어는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을 비판하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북한은 국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대량파괴무기 개발 기구”라고 단정했다. 외교부가 이 문서를 유엔대표부에 보내기 전에 청와대와 협의해 재가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이 문서는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인종차별정책 탓에 20년간(1974~94년) 자격이 정지됐다 복귀한 사례를 빼고는 유엔이 회원국의 자격을 정지시키거나 제명한 적이 없을뿐더러,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존재하는 한 북한의 자격 정지나 제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교부의 이런 과격한 ‘북한 악마화 외교’에 내부 이견이 없을 리 없다. 한 중간 간부는 “이 엄혹한 시기에 장관이 너무 청와대 기류만 살피며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퍼포먼스식 쇼에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젊은 외교관은 “북한과는 앞으로 상종도 안 하겠다는 건지 뭔지, 우리 정부의 외교 행태가 부끄럽고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그렇듯이 윤 장관도 이런 내부 비판에 귀를 기울인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제훈 기자
이제훈 기자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잔여 임기가 2년뿐인 박근혜 정부가 다음 정부가 들어선 뒤 뭔가를 새롭게 도모해볼 수조차 없도록 남북 사이에 이어진 다리를 모두 불살라버리고, 극도의 불신과 반목을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헌법이 정부(4조)와 대통령(66조 3항)한테 부과한 “평화적 통일”을 추진할 의무를 방기·위반하는 것이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관련영상] ‘박근혜발 북풍’, 대통령의 무지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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