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국빈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전(현지시각) 테헤란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 줄 첫번째)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테헤란/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한-이란 정상회담
“핵무기 없는 세상 지지” 공동성명
대북 공조 구체 메시지는 없어
박대통령 “이란에 북제재 협조 요청”
“핵무기 없는 세상 지지” 공동성명
대북 공조 구체 메시지는 없어
박대통령 “이란에 북제재 협조 요청”
박근혜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 사다바드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내놓은 ‘북한 핵문제’ 관련 메시지는 추상적·원론적·상징적이다. 북핵 대응 과정에서 양국이 취할 공동 행동 등 구체적인 메시지가 없다. 군사협력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북한과 오래도록 ‘친밀한 우방’으로 지내온 이란 쪽의 소극적인 태도 탓으로 풀이된다.
로하니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원한다”며 “우리는 원칙적으로 어떤 핵개발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한반도나 중동에서 위험한 무기, 핵무기가 없어지는 것이 우리의 기본 원칙”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대한 이란 정부의 공개 지지를 뜻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로하니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을 특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평화·비핵·반핵 태도를 원론적으로 천명하는 수준에 멈춘 사실 또한 주목해야 한다. 이란 쪽이 테헤란까지 찾아온 박 대통령한테 ‘예의’를 갖추면서도 ‘대북 압박’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쪽의 이런 조심스러운 접근법은 정상회담 뒤 발표한 ‘한-이란 포괄적 파트너십에 관한 공동성명’에서도 확인된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목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핵확산방지조약(NPT) 및 비핵화 공약을 재확인”했다.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원론적 합의다. 다만 “핵무기 개발은 절대 안보를 강화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표현은, 사실상 북한을 염두에 둔 메시지로 읽힌다. 반면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표현은 남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관련국 모두를 향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란 쪽이 북핵 대응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구체적인 협력을 피하려 한 흔적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서도 거듭 확인된다. 박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저는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한 열쇠는 한반도 평화통일에 있음을 강조했고, 이란 쪽은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한국 국민의 열망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저는 북핵 불용 및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고, 최근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2270호)의 충실한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란 쪽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란 쪽의 반응이라며 밝힌 건, ‘한국민의 평화통일 열망에 대한 지지 표명’뿐이다. ‘북핵 불용 및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 설명,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충실한 이행과 관련한 협조 요청에 대한 이란 쪽의 반응이 어땠는지 박 대통령은 밝히지 않았다. 양국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테헤란/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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