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로 출근하고 있다. 송 전 장관은 2007년 참여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을 담을 자신의 회고록 내용과 관련해 당시 정부가 사전 확인한 북한의 입장을 담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문건을 이날 공개했다. 연합뉴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1일치 <중앙일보>에 공개한 ‘청와대 문건’은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결의안) 표결을 둘러싼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을까?
대선 쟁점으로 떠오른 이 논란의 핵심은 2007년 결의안 표결에 기권 방침을 정한 노무현 정부의 결정이 북한에 ‘사전 문의’한 결과인지, 그와 무관하게 기권 방침을 정하고 북한에는 ‘사후 통보’했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기권 방침 결정에 앞서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북한에 물어보자”고 했는지 여부다. 송 전 장관은 당시 기권 방침이 ‘그해 11월20일 북한의 반대 의견을 듣고 나서 결정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구체적으로 2007년 11월20일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린 싱가포르 숙소에서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이 건넨 쪽지를 본 노무현 대통령이 “그냥 기권으로 갑시다”라며 최종 기권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 실린 이 내용은 당시에도 논란을 일으켰다.
반면, 문재인 후보를 포함해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 등 2007년 당시 관련회의 참석자들은 ‘그해 11월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이미 기권 방침이 정해졌다. 기권 결정 후 북한에 통보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송 전 장관이 공개한 문서는 그 당시 노무현 정부 쪽이 탐문한 ‘북한의 반응’인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가 최근 방송 등에서 ‘송 전 장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하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반박 자료로 제시한 것이다. 무궁화와 태극 문양이 바탕에 깔린 이 한 장짜리 문건에 대해, 송 전 장관은 “청와대 문서 마크”이며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으로부터 연락받은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중앙일보>에 설명했다. 실제 문건 하단에는 손글씨로 ‘11.20 18:30 전화로 접수(국정원장→안보실장)’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관련해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북한으로부터 연락받은 내용을 정리한 청와대 문서"라며 21일 언론에 공개한 문건의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송 전 장관이 공개한 문서만으로는 “결의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북한 반응’이 어떤 맥락에서 우리 정부 쪽에 건네진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문서의 제목이나 작성 배경, 작성 시기, 발신자와 수신자 등이 나타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송 전 장관이 이날 함께 공개한 수첩 메모에 적힌 대통령의 발언(“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문 실장이 물어보자고 해서… 송 장관 그렇다고 사표는 내지 마세요”)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언제 어떤 식으로든 북한의 반응을 물어본 결과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여전히 정부가 북한에 ‘사전 문의’한 것인지 ‘사후 통보’한 것인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의안 표결 기권 방침을 최종 결정한 게 ‘11월16일’이라는 문 후보 쪽과, ‘11월20일’이라는 송 전 장관의 주장은 그대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송 전 장관 주장처럼 ‘결의안 기권 방침 결정 전 국정원이 북한 반응을 사전 탐문해’ 보고한 내용일 수도 있고, 문 후보 쪽 주장처럼 ‘노무현 정부가 방침을 통보한 뒤 북한 쪽이 보내온 사후 반응’일 수도 있는 셈이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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