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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양성평등은 평화·인권의 핵심의제” “여성인권 진전했어도 벽은 못 넘어”

등록 2018-09-19 20:43수정 2018-09-19 21:00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오사 렝네르 유엔 여성기구 부총재 대담

이미경 이사장
“코이카 국제협력사업 하면서
여성 역량 강화·지원에 초점
반대 부딪히면 말한다
이사장이 여성이라 희망한다”

렝네르 부총재
“여성 지도자 되려면
직장서도 가정서도 2배 일해야
성평등 왜 중요하고, 뭘 할지
유엔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줄 것”
“양성 평등은 결국 인권과 연결된다. 여성이란 이유로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데, 이는 차별에 해당하고 근본적으로 빈곤을 해결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와 발전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 더 나아가 국제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

오사 렝네르 유엔 여성기구(UN WOMEN) 부총재가 지난 13일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외교부가 연 ‘제12회 서울 ODA(공적개발원조) 국제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국제사회는 개발의 전제조건이자 핵심가치를 인권과 평화로 보고, 2015년 9월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 17개를 채택했다. 17개 목표 가운데 5번째가 양성 평등(Gender Equality)일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양성 평등은 평화와 인권의 핵심 의제로 자리잡았다. 17개 목표는 ‘평화 없이 지속가능한 개발이 있을 수 없고, 지속가능한 개발 없이 평화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터잡고 있다.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이 오사 렝네르 유엔 여성기구 부총재와 국제사회의 개발협력을 통한 양성 평등 달성 노력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이 오사 렝네르 유엔 여성기구 부총재와 국제사회의 개발협력을 통한 양성 평등 달성 노력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사 렝네르 부총재와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이 국제사회의 개발협력을 통한 양성 평등 달성 노력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대담은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의 사회로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됐다. 오사 렝네르 유엔 사무차장보 겸 유엔 여성기구 부총재는 스웨덴 어린이·노령자·성평등부 장관(2014~2018)을 지냈고 스웨덴 정부, 비정부기구, 국제기구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았다. 이미경 이사장은 1996년부터 2016년까지 국회의원을 지낸 5선 의원 출신이고, 1983년 여성평우회( 현 여성민우회) 상임대표를 시작으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등을 지냈다.

사회 두 사람은 여성운동가 출신 정치인이란 공통점이 있다. 오랜 시간 여성운동과 정치활동을 해온 소회와 어려움이 있다면.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이 오사 렝네르 유엔 여성기구 부총재와 국제사회의 개발협력을 통한 양성 평등 달성 노력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이 오사 렝네르 유엔 여성기구 부총재와 국제사회의 개발협력을 통한 양성 평등 달성 노력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미경 이사장(이) 국회의원이 되고 여성문제를 많이 제기했더니 남성 의원들로부터 “입만 열면 왜 여성문제를 얘기한다”는 항의를 듣기도 했다. (웃음) 그때 마음 속으로는 여성문제 말고도 다른 분야에 관심도 많았는데, 발언의 절반 이상을 여성문제를 언급한 것에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는 여성 의원이 많지 않았기에 ‘내가 이런 몫을 담당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부담도 됐으나 저의 노력으로 쿼터제가 도입돼 여성들이 원내에 들어왔고 후배 의원들에게 여성문제의 역할을 넘길 수 있었다.

오사 렝네르 부총재(렝네르) 많이 공감이 간다. 여성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남성보다 2배 더 예리하고 총명해야 하고. 일도 2배 더 해야만 남성만큼이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인정을 받기 위해 항상 공부한다. 성 평등 사안은 통계치, 연구 실적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이런 자료를 보고 이야기하면 상대가 반박을 할 수 없게 된다.

오사 렝네르 유엔 여성기구 부총재가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과 국제사회의 개발협력을 통한 양성 평등 달성 노력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사 렝네르 유엔 여성기구 부총재가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과 국제사회의 개발협력을 통한 양성 평등 달성 노력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중부담이 성 평등에서 핵심어다. 이중부담이 없어져야 젠더 이슈가 없어진다. 공적인 영역에서도 남성보다 2배의 일을 해야 하고, 가정에서 가사노동의 2중부담을 가지고 있고 이겨내야 한다.

사회 이미경 이사장은 `성평등 관점이 국제개발협력 전반에 관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코이카 사업에 성평등에 어떻게 구현되고 있나.

코이카 역사가 27년인데, 제가 27년만에 첫 이사장으로 왔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웃음) 왜냐면 개도국 정부에 ‘여성도 저런 자리에서 일을 할 수 있구나’란 사인을 주기 때문이다. 사업을 통해서 여성들의 역량을 제고하고 여성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사업을 강조하고 발굴할 수가 있다. 그 동안 개발협력 경험에서 ‘여성에게 지원하는 것은 여성 개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지원하는 것을 포함한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와 있다. 훨씬 효과성이 높은 것이 여성에 대한 지원이다. 그리고 성평등을 얘기할 때, 여성들의 정치적 역량의 제고와 함께 경제적 역량 제고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성폭력으로부터의 보호도 강조하는 대목이고 농업, 보건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서는 여성(특히 산모)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최근 라오스에서 여성 역량강화사업을 했고 여성 중심의 센터를 운영했는데 사업을 연장하기를 센터는 원했지만 라오스 정부에서는 다른 사업으로 (예산을 돌리기를) 원했다. ‘코이카 이사장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 센터 예산을 계속 집행하기를 희망한다고 얘기하라’고 얘기했다.(웃음)

오사 렝네르 유엔 여성기구 부총재가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과 국제사회의 개발협력을 통한 양성 평등 달성 노력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사 렝네르 유엔 여성기구 부총재가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과 국제사회의 개발협력을 통한 양성 평등 달성 노력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렝네르 유엔 여성기구를 대표해 한국과 코이카에 협력에 감사드린다. 가장 집중하는 게 교육과 성적인 교육 등이다. 특히 가장 어려움에 처해 있는 여성과 소녀들을 위해 △교육 △성교육 △평화와 안보 △시장 통합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그 사업이 세계 최빈국들에서 이뤄진다는 점에 대해 감사하다.

사회 80년대 스웨덴이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로 알려져 있고 한국은 당시 출산율이 높아서 산아제한까지 했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스웨덴은 여성 출산율이 한국보다 높다. 출산율의 저하는 사회적 환경이나 보육정책, 일과 가정의 양립 등 시스템의 영향을 받을텐데 20여년만에 스웨덴-한국이 상반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렝네르 그 동안 자료들을 보면, 여성들이 그들의 삶과 특히 소득에 대해 안정적이라고 느낄 때에 비로소 자녀를 가질 준비를 가졌다고 느끼게 된다. 여성과 달리 남성에게는 ‘왜 일을 하느냐’고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 여성들은 일과 가정을 모두 챙길 수 있다는 확신, 벌이에 대한 확신, 그리고 부모로서와 동시에 좋은 직장 동료로서 충실할 수 있을 때에 아이를 낳아도 되겠다는 안정감을 갖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로부터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고 그것은 비단 여성에 대한 투자 뿐 아니라 남성에 대해서도 가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사회적 투자가 있어야 한다.

한국이 엄청난 저출산, 고령화 사회여서 많은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주요 정책으로 많은 예산을 투입한 것이 육아지원을 어떻게 할까, 어린이집을 어떻게 세울까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지금 부총재 말씀처럼 핵심적인 것은 여성들이 주부라는 일을 자신의 가장 중요한 일로 생각하는 시대가 아니고 똑같이 사회성원으로 일하는 사람으로 보람 느끼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거기에 비춰보면, 아직 한국에서는 육아 시스템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지만 더불어서 일터에서 여성들이 제대로 된 인정을 받고 같이 경쟁하고 할 수 있는 그런 것이 부족하다. 여기에 덧붙여 육아 부담까지 안으면 평생을 그런 식으로 살아가기 어렵기 때문에(저출산이 되는 것이죠).

임금 격차를 보면 여성은 남성의 63%밖에 받지 못해. 고용에서의 불평등 시스템이 해결되지 않으면 저출산을 극복하기 어려워지고 그것은 사회적 정치, 문화 요소와 함께 가야한다. 성평등과 사회 변화가 함께 맞물려서 이뤄질 수 있는 대목임을 부총재께서 말씀해주셨다.

사회 렝네르 부총재는 유엔 여성기구의 최고결정권자 중 한명인데 유엔 내 성평등에 대한 전망은?

렝네르 반기문 전 총장은 유엔에서의 남녀의 격차, 대표성 문제를 제기했고 새로운 사무총장은 성평등과 같은 불평등에 대해 얘기를 했고 사람들의 삶의 변화에 만들어가기 위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성 리더십 문제는 유엔 개혁의 중요한 부분이고 지속가능개발 달성에도 중요한 이슈다. 유엔 내에서 상당히 우선 순위를 가진 문제로 취급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여성운동, 여성운동가 지위가 아직 목마르지만 여성 지위가 30년동안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 국내 여성운동이 80년대 활발하게 일어났고 1995년 베이징 여성대회를 계기로 굉장한 각성이 이뤄지고 그 이후 여성운동이 괄목할 만한 성장이 이뤄졌다. 베이징 여성대회가 미친 영향이 컸고 유엔에서 여성 권한지수 등을 만들어 발표해왔기 때문에 그 때 ‘봐라, 한국이 이런 지표에서 꼴찌를 해서 되겠느냐’고 수치화해서 얘기하면서 설득력이 높아졌다. 유엔의 지표와 활동이 개도국 여성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과 오사 렝네르 유엔 여성시구 부총재가 대담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과 오사 렝네르 유엔 여성시구 부총재가 대담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렝네르 ‘베이징+25’(1995년 베이징 여성대회 개최 25주년 기념)는 유엔 여성기구와 코이카의 공동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한국과 코이카와 계속해서 협력해가기를 희망한다.

UN Women이라는 조직이 있음으로 해서 젠더 이슈가 문화적, 정치적으로 중요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오랜 가부장적 역사가 바뀌려고 하는 전환점에 우리가 살고 있고 왜 성평등이 중요한지 제시하면서 어떤 활동으로 이를 끌어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 유엔 여성기구다. 한국 역시 빠른 속도로 여성의 권익이 신장돼 왔지만, 아직도 중요한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여성 인권은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인권일 뿐 아니라 전체 인간의 인권이라는 관점에서,여성만의 인권이 아니라 인권 그 자체라는 점을 우리 사회 안에서 받아들여지는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글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사진 한국국제협력단 제공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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