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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한-일 관계 숨통 튼 11분…갈등해결 의지만 확인

등록 2019-11-04 18:59수정 2019-11-05 02:31

문 대통령-아베 ‘13개월만의 환담

문 대통령, 아세안+3 정상회의서
아베에 ‘잠시 이야기 나누자’ 권해
“대화통한 문제 해결” 공감대 형성

일 강제동원 원칙적 입장 되풀이에
수출규제·지소미아 복잡하게 얽혀
전문가 “아직 돌파구 마련 어려워”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현지시각) 타이 방콕 노보텔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현지시각) 타이 방콕 노보텔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3개월 만의 환담’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원칙을 확인했다. 냉담한 한-일 관계에 긍정적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 신호이지만 강제동원 해법, 수출 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양국 관계의 출구까지는 갈 길이 아직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타이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4일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 방콕 노보텔 임팩트 포럼에서 아베 총리와 11분간 단독으로 환담했다. 문 대통령이 아세안 각국 정상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아베 총리가 들어오자 ‘잠시 앉아 이야기를 나누자’고 권하면서 이뤄진, 사전협의 없던 환담이었다.

일본이 대한국 수출 규제에 나서기 직전인 지난 6월 말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두 정상이 대화 없이 헤어졌던 것과 달리, 지난달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왕 즉위식 참석차 일본을 방문해 한-일 총리 회담을 한 데 이어 이날 두 정상이 환담을 나누면서 양국 관계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날 두 정상의 환담 뒤 청와대는 “양 정상은 최근 양국 외교부의 공식 채널로 진행되고 있는 협의를 통해 실질적 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되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환담에서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의 어머니상에 조의를 표하며 지난달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총리를 파견해준 데 사의를 전달했고, 문 대통령은 조의에 사의를 표하면서 일왕 즉위를 축하하고, 이 총리를 환대해준 데 사의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해 보인다. 이날 환담에서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양국 간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확실히 전달했다”고 일본 외무성은 발표했다. 일본 쪽이 말하는 원칙적 입장이란 강제동원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으므로, 대법원 강제동원 배상 판결은 청구권협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은 “일본에서는 ‘한국이 강제동원에 대한 해법을 내야만 한-일 관계가 풀릴 수 있다’는 입장이 단호하다. 정상 간 11분간의 만남으로 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어렵다”며 “다만 아베 총리도 최근 들어 더이상 한-일 관계를 방치할 수는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고, 양국이 대화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 변화”라고 말했다. 김 연구실장은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한·일이 참여하는 재단 설립을 통한 해법 마련, 불완전한 한-일 협정에 대한 지속적인 보완 등을 통해 해법이 마련될 수 있다면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23일 0시)가 다가오고 미국이 지소미아 연장 필요성을 지속해서 제기하는 가운데 한·미·일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중요한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5~7일 방한해 청와대·외교부·국방부 당국자들을 만나 ‘한·미·일 3각 협력’을 강조하면서 지소미아 연장을 바라는 미국의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이 한국을 안보상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취급한 수출 규제를 철회해야 지소미아 연장을 고려할 수 있다는 원칙을 이미 밝혔고, 일본이 수출 규제와 관련한 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낮아 ‘지소미아 갈등’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민희 기자, 방콕/이완 기자, 도쿄/조기원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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