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에 한·일 외교 국장급 협의…한국 “수출규제 철회 촉구”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가시적 진전 없었다”
한국 정부, 수출규제 조속한 철회 촉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정보 공유 등 협조하기로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과 한일 국장급 협의를 하기 위해 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외교당국이 6일 서울에서 국장급 협의를 열고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수출 규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를 했으나 “가시적 진전”은 이루지 못했다. 한·일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과 관련해서는 정보 공유 등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긴밀히 협조해 나기로 했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다키자키 시게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2시간30분 동안 협의를 진행했다. 외교 국장급 협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1주일 앞두고 지난해 11월 15일 일본 도쿄에서 마주 앉은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한국 측은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따라 관련 해법을 찾자고 제안하면서, 일본 측이 지난해 7월 해당 판결에 보복성으로 취한 수출규제 조치의 조속한 철회를 촉구했다. 양국간 협상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 측은 기대한 것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가) 너무 진전이 없다는 생각"이라면서 "이번 협의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수출규제의 조속한 철회를 강도 높게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수출규제 해결을 위한 한일간 대화를 조건으로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한 지 3개월 가까이 흘렀음에도, 일본 측의 수출규제 완화 노력이 매우 미진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수출 당국간 대화가 있었지만 우리가 바라는 7월 1일 (수출규제) 이전으로 돌아간 것은 분명히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언제든지 지소미아 종료 효과를 재가동할 권리가 있고 국익에 기반해 이 권리를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한 국장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과 함께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조속히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다키자키 국장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일본측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의 과정에서 강제징용(강제동원) 문제를 가장 많이 이야기 했다”며 “여러가지 요소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가시적인 진전이 있는 것은 아니였다”고 말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쪽에서 지난달 제안한 ‘한·일 공동협의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내용도 국장급 협의에서 논의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공동협의체가 소통채널이 될 수 있는 만큼,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일본쪽에 언급은 했다”고 밝혔다. 일본쪽은 “관심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협의에서는 한국 대법원 판결로 압류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강제 매각(현금화) 가능성도 언급됐다.

일본 측은 판결 자체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고수하며 현금화는 자국 기업에 피해를 주는 행위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협의에 대해 “(지난해 12월) 양국 정상회담의 모멘텀을 받아서 열린 협의이기에 서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지는 확인했으나, 실질적인 논의 측면에서 큰 진전이 있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한·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엔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지난달 19일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 가이드인 12번째 확진자의 경우, 일본 확진자의 접촉자였지만 보건당국의 관리망을 빠져나갔다가 뒤늦게 확인된 사례로, 나라 간 정보 공유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김소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