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청와대 출입기자가 들려주는 ‘순방’의 비밀
박근혜 대통령이 3일 테헤란 에스피나스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이란 비즈니스포럼'에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모하메드 네맛자데 이란 산업광물무역부 장관(오른쪽) 모흐센 잘랄푸지 이란 상공회의소 회장과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5월25일부터 6월5일까지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순방에 나선다고 청와대가 지난 11일 발표했습니다. 취임 이후 23번째 외국 순방입니다. 순방(巡訪)은 ‘여러 장소를 차례로 돌아보는 것’을 뜻하는 한자어입니다. 즉 대통령의 순방이란, 외국을 방문해 각국 정상들과 만나 경제·안보 등 주요 분야에 대해 국가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조만간 떠날 아프리카 3개국(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방문으로 한국의 개발원조 성과를 평가하고, 이어 프랑스에서는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각종 경제·문화 교류 행사 등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다만 ‘외국에 대해 나라를 대표하는’(헌법 66조) 대통령인만큼, 대통령의 국외 ‘순방’은 일반인들의 국외 ‘출장’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공군 1호기, 하늘 위의 청와대 ‘KAF-001’. 출입국 신고서류에 적는 대통령 전용기의 항공편명입니다. KAF는 Korea Air Force (대한민국 공군)의 약자로, 대통령 전용기의 공식 명칭은 ‘대한민국 공군 1호기’입니다. 줄여서 ‘1호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참고로 미국 대통령이 테러범들과 기내에서 격투를 벌이는 헐리웃 영화 ‘에어포스 원’은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를 말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전용기는 대한항공에서 빌린 보잉 747-400 기종입니다. 대한항공이 비행기를 빌려주긴 했지만, 관리주체는 대한민국 공군입니다. 승무원들은 공군 장교·부사관과 대한항공에서 파견된 승무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한항공 소속 승무원들은 엄격한 선발 절차와 신원조회, 보안유지 교육 등을 통과한 인력들로 평시에는 각자 소속 팀에서 일하다가 대통령 순방 계획이 잡히면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순방 일정에 합류하게 됩니다. 승무원들은 방문기간 동안 외부접촉이 금지되고 호텔에서 ‘비상대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급박한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는 언제든지 대통령을 태우고 이륙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월30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임기 말로 갈수록 동행 인원 줄어 대통령의 순방 수행원들은 ‘공무 수행’을 하기 때문에 별도의 ‘사비’를 내지 않지만, 기자단은 외국 순방 때마다 비용을 지불합니다. 주된 항목은 항공비, 프레스센터 임차비(인터넷 설치 포함), 숙박비, 통신비 등입니다. 순방 국가가 많거나 거리가 멀 경우엔 순방 비용도 훌쩍 올라갑니다. 이 때문에 언론사 편집국 예산의 상당 부분을 청와대 기자가 쓰고 있다는 ‘눈총’을 받기도 합니다. 모든 순방에 기자들이 다 따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춘추관에 등록된 이른바 ‘중앙’언론사가 46곳이지만 신문·지상파방송·통신·종합편성채널 등을 통틀어 20여곳이 상시적으로 순방 취재에 나섭니다. 다만 미국·중국·일본 등 지정학적, 경제적으로 중요한 주변국을 방문할 때는 더 많은 언론사가 동행하는 등 순방 성격과 지역에 따라 유동적입니다. 또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동행 언론사가 줄어든다는 특징도 있다고 합니다. 역대 대통령 모두 레임덕이 가시화되는 4년차 후반기 이후로는 동행 언론사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출발 전 기내에서 기자단이 앉는 좌석을 찾아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눕니다. 다만 귀국길에는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기자단을 찾아 인사를 나눌때도 있고 건너뛸 때도 있습니다. 박 대통령 스스로 순방의 성과를 설명할 때도 있습니다. 이 경우엔 기자단 좌석 앞 쪽에서 간단한 간담회를 열기도 합니다. 이달 초 이란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도 박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들과의 면담 내용 및 경제·외교 성과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 내용을 상세히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중국과 협력하기도 했다”는 내용은 다음날치 대부분의 신문 1면을 장식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9월4일 열린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단
나갈 때마다 일 터지는 ‘순방 징크스’ 박 대통령은 최근 이란 방문까지 취임 이후 22차례 국외 순방에 나섰습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서유럽(프랑스, 영국, 벨기에), 중남미(콜롬비아, 페루, 칠레, 브라질), 중동(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 개별 국가 방문은 물론 G20, APEC 등 다자회의 참석 등을 포함한 숫자입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많이 정상회담을 한 상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 지난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당시 따로 연 정상회담을 포함하면 모두 7차례에 이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는 지금까지 6차례 정상회담을 열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현역 의원들이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집권 1, 2년차에는 새누리당의 친박근혜계(친박계) 의원들이 대통령 순방시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많이 동행했습니다. 2014년 중앙아시아 순방 때는 야당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함께 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미국 방문 때는 당시 대통령 정무특보였던 윤상현·김재원 의원이 동행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올초 이란 방문을 포함한 4번의 순방에는 국회의원들이 동행하지 않았습니다. 국회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흉기 피습을 당한 뒤 치료를 받아온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10일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을 퇴원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2015년 3월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김기종 씨가 휘두른 흉기에 오른쪽 얼굴과 왼쪽 팔 부위에 상처를 입고 6일 동안 치료를 받은 뒤 병원을 퇴원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_#18_무기력한 새누리당의 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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