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치인이다. 그것도 집권여당의 실세다. 그런데 ‘재수가 없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내가 데리고 있던 착실한 애 좀 잘 봐달라고 했더니 그게 직권남용이라나, 업무방해라나. 그걸 야당이 폭로하고 언론이 받아쓰고 시민단체는 고발하고. 그렇게 해서 ‘모양 빠지게’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경찰도 아닌 검찰이라….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도 검찰 조사 받거나 받기 전 스스로 목숨 끊는 일이 허다할 정도로 공포스러운 일이겠지만 나야 뭐 실세 중에 실세니까. 고발이 되면 피의자가 되고 사건을 종결 처리하려면 ‘피의자 신문조서’는 필요하다고 해서 ‘서면조사’로 갈음했다. 검찰청으로 출석하면 기자들 앞에서 사진도 찍혀야 하고 포토라인에 서면 범죄자처럼 보일 거고 엄청 스트레스일 텐데. 이 정도 편의는 나보다 급 떨어지는 의원들도 다 봐주더라고. 누가 그러더라. 서면조사는 답을 다 알려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오픈북 시험’이라고. ‘시험’은 변호사가 치렀다. 그런 건 나보다 변호사가 전문이니까. 결국 무혐의,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은 끝났다. 어차피 이렇게 결론날 거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검찰력을 낭비하는지, 끌끌.
실세 정치인 등 힘있는 실력자가 범법 행위를 저질러도 어떻게 검찰의 수사망을 빠져나오는지 가상인물의 시각에서 써본 글이다. 피의자를 직접 조사할 수 있고 기소 여부까지 결정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대한민국 검찰은 형사소송 절차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검찰은 고무줄 같은 재량권을 활용해 권력에 민감한 행태를 보인다. 다양한 퍼포먼스로 부실 수사를 진행하고 이를 감추는 재주도 뛰어나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는 검찰의 실세 정치인 수사 패턴을 짚어봤다.
1. 사건 배당 : 어디서 수사하느냐가 그의 미래를 결정한다
고소·고발이나 수사의뢰 등의 방식으로 검찰에 접수된 사건은 일선 수사기관인 지방검찰청에 배당된다. 범죄가 일어난 곳이나 피의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검찰청에 사건을 배당한다고 형사소송법에는 나와있지만 특정 사건 수사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게 검찰의 일반적인 배당 원칙이다. 서울남부지검에 금융범죄, 서울서부지검에 식품범죄, 대전지검에 특허범죄를 전담하게 하는 식으로 중점 검찰청을 지정하는 것도 ‘잘 하는 곳에서 수사하도록 하는’ 배당 원칙에 따른 것이다. 실세 정치인의 비리는 거악을 척결하는 특수부가 4곳이나 설치돼있는 서울중앙지검이 중점 검찰청이다.
최경환 채용 청탁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과 멀리 떨어진 안양지청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자신의 인턴 직원을 취직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될 즈음인 2015년 9월에 국정감사를 받던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그러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의 채용 청탁 의혹은 수사 주체를 정하는 배당 단계부터 ‘봐주기’ 의도가 짙게 배어나는 사건이었다. 2015년 9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원내대표 시절 자신의 의원실 직원을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취직시킨 사실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폭로로 밝혀졌으나 검찰은 사건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배당했다. 부당한 채용을 실행한 박철규 중진공 이사장의 주소지가 안양이라는 이유였다. 검찰의 한 간부검사는 “만약 다른 관련자들이 다 서울에 살고 중진공 이사장이 목포에 살고 있다면 사건을 목포지청으로 보낼 것인가”라며 “지방의 지청은 인력도 부족하고 중요한 수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상식적으로는 정권 실세 수사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 역량뿐만 아니라 서울중앙지검과 작은 지청의 수사는 언론의 관심도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작은 검찰청에는 상주 기자가 없지만 온갖 중요 사건이 다 몰리는 서울중앙지검에는 80여명의 기자들이 출입하며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방의 작은 지청에서는 언론의 감시나 관심을 피해 ‘조용하게’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2. 압수수색: 절대로 현혹되지 마라
한국의 전통 수사물 ‘수사반장’부터 시작해 미드 ‘시에스아이’(CSI)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악랄한 진범이 체포된 뒤 꼭 치는 대사가 있다.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오?”
범인이 이렇게 혐의를 부인할 것에 대비해 꼭 필요한 것이 증거 수집이고 이를 위한 강제수사가 압수수색이다. 압수수색은 결정적인 증거가 나올 만한 곳을 사전에 조사한 뒤 전격적으로 ‘털어야’ 한다. 한 검찰 간부는 “피의자가 수사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 그래서 증거를 옮기거나 숨길 가능성이 없었다면, 한 곳만 딱 찍어서 해도 증거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래서 압수수색은 검찰의 수사 의지를 가늠하는 척도로 받아들여진다.
우병우 공개수사…자택·집무실은 쏙 뺀 ‘요란한 압색’
2016년 8월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족회사인 정강을 압수수색한 수사관들이 쇼핑백 하나 분량의 압수물을 가지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도 지난 8월29일 우 수석 사건 관련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특별수사팀이 구성되고서 6일,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우 수석을 고발한 지 무려 40일 만의 일이었다. 피의자가 수사를 예견하고 증거를 숨길 가능성이 커져버린 사건이라는 얘기다. 검찰의 한 간부는 “기습적으로 압수수색을 한다면 증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무실만 하면 되지만 수사 사실이 알려지면 사무실에 있는 증거를 숨길 가능성이 크다”며 “그럴 경우에는 주거지를 압수수색해야 한다. 수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처”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특별수사팀은 압수수색의 범위를 우 수석 가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정강 사무실로 제한했고 우 수석의 집무실과 집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했다.
3. 서면조사: 면죄부 수사의 강력한 신호
강제수사의 마지막 단계는 소환조사다. 증거 수집을 탄탄히 해 그림을 그려놓은 뒤 피의자를 불러 추궁하는 것이다. 검사는 신문 과정에서 사전에 수집한 증거물을 내놓으며 피의자의 모순된 진술을 하나하나 깨부순다. 대면조사를 통해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는 과학적 수사 기법도 축적해놓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그런데 돈은 왜 받은 거죠?”라며 핵심 질문을 훅 치고 들어갈 수도 있고, 사건의 순서를 뒤집거나 허를 찔러 피의자의 ‘멘탈 붕괴’를 유도해 거짓진술을 흔드는 방법도 있다. 소환조사야말로 수사의 화룡점정이다.
그러나 서면조사에서는 검찰의 과학적 신문기법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질문에 피의자는 아귀가 딱딱 맞는 깔끔한 답변을 적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서면조사는 피의자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강력한 신호나 다름없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면조사를 하면 대답을 못하는 부분도 있을 거고 말하다 보면 꼬이는 부분도 있을 거고 그래야 그 부분을 치고 들어가 진술의 모순점을 발견해 진실을 밝힐 것 아닌가”라며 “원칙적으로 서면조사는 불러도 별로 추궁할 게 없을 때 형식적으로 하는 거다. 서면조사를 한다는 건 불기소를 하겠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NLL 대화록 사건’ 피고발인 김무성은 서면조사, 참고인 문재인은 소환조사
2013년 11월6일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그러나 검찰은 힘깨나 쓰는 실세 정치인들에게는 마치 당연한 예우를 하듯 서면조사를 남발한다. 그리고 무혐의 처분한다. 2013년 11월, 검찰은 대선 과정에서 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유출한 혐의로 고발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를 서면조사하고 무혐의 처분했다. 이 사건의 참고인이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직접 소환조사한 것과 대조되는 행태였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친박 핵심 6인방(김기춘, 허태열, 이병기, 홍문종, 서병수, 유정복)에 대해서도 검찰 특별수사팀은 서면조사서를 보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 청탁 의혹을 받은 최경환 의원도 서면조사로 끝이었다. 검찰은 ‘서면조사는 수사를 제대로 안 한다는 방증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서면조사를 통해 피의자의 변소를 충분히 들어보고 소환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답하지만 서면조사 이후에 추가로 소환조사가 이뤄진 적은 거의 없다.
물론 검찰이 의지가 있다면 서면조사만으로 기소하기도 한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 대통령 동생 박지만씨, 박 대통령의 전 보좌관 정윤회씨의 이름을 딴 만만회가 비선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내용의 ‘만만회 의혹’을 제기한 박지원 의원을 2014년 8월 검찰은 서면조사만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의원이 20차례나 소환조사를 거부하자 고육책으로 서면조사만으로 그를 재판에 넘긴 것이다.
서면조사는 플래티늄, 방문조사는 골드, 비공개 소환은 실버
대면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검찰은 ‘출장·방문 조사’를 하기도 한다. 2008년 박희태 의원이 나선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서 돈봉투가 살포된 사건을 수사하게 된 검찰은 2012년 1월, 국회의장 신분인 박 의원을 조사하기 위해 국회의장 공관을 방문해 신문조서를 작성했다.
기자들의 눈을 피해 ‘비공개 소환조사’로 권력자의 편의를 봐주기도 한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비비케이(BBK) 설립 등 약점을 폭로하려는 김경준씨가 당시 참여정부 청와대와 짜고 입국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한나라당이 공개했으나 이는 조작된 가짜 편지였다. 비비케이 가짜 편지의 작성 경위를 조사하던 검찰은 2012년 6월2일 홍준표 전 의원을 소환조사했으나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휴무일에 조사 날짜를 잡아 취재진의 눈을 따돌린 것이었다.
4. 무혐의 또는 약식기소: 편안한 수사 서비스의 종착점
검찰이 수사를 마쳤으면 이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여당 실력자는 무혐의·불기소 처분을 많이 받았지만 간혹 도저히 불기소 결정을 할 수 없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명박 정권 청와대 통일비서관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내용을 열람하고 이를 2012년 대선 정국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 선거대책본부장과 권영세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에게 누설한 정문헌 의원이 그렇다. 검찰은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정 의원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란 검찰이 피의자의 혐의가 가볍다고 판단할 때 벌금형으로 사건을 마무리짓자고 법원에 제안하는 것이다. 약식기소가 되면 피의자는 공개된 법정에 나갈 필요가 없으며 판사가 검찰이 제출한 서류만 보고 벌금형을 선고하면 끝이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화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초본을 폐기했다는 이유로 참여정부 청와대의 조명균 안보정책비서관과 백종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불구속 기소된 것과 대조되는 처분이었다.(이후 두 사람은 1·2심까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NLL 대화록 누설 정문헌, 법원이 직권으로 정식재판 청구
2013년 11월19일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 피고발인 자격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검찰은 정 의원의 대화록 유출 혐의가 “처벌 필요성이 적다”며 선처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이 제출한 정 의원 사건 서류를 본 뒤 “약식명령을 하는 것이 부적당하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한 것이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정 의원은 꼬박꼬박 법정에 나와 재판을 받아야 했고 법원은 “직무상 비밀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회의록 내용을) 반복적으로 누설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의 약식기소가 노골적인 봐주기였다는 사실이 법원 판결로 입증된 것이다.
5. 친박 실세 향한 검찰의 서비스 수준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1년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친박 핵심 실세들은 동시다발적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박근혜 정권의 검찰은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있을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2014년 4월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해경의 세월호 늑장 구조를 비판하는 <한국방송>(KBS) 보도 통제에 나섰다. “방송법에 의하지 않고는 방송편성에 관하여 어떠한 규제와 간섭도 해선 안된다”는 방송법 위반이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고발한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박재휘)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시곤 보도국장과 이 대표가 나눈 통화 내용이 육성 그대로 공개돼 ‘물증’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도 필요 없는 사건이다. 세월호 특별법에서는 특조위가 고발한 사건을 검찰이 3개월 안에 처리하도록 돼있다. 세월호 특조위가 지난 6월28일에 이 대표를 고발했으므로 검찰은 9월27일까지 이 대표의 기소 여부를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사건에서는 집권여당의 대표이자 친박 핵심인 이 의원을 검찰이 어떻게 조사할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여당 대표라는 이유로 서면조사를 한다면 무혐의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 벌금형 약식기소도 검찰이 선처해줄 수 있는 ‘카드’로 존재한다.
이정현·최경환·윤상현…낮은 자세의 검찰 “조사 여부도 말 못해. 당사자에 물어보라”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최경환 의원, 윤상현 의원.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성규)는 새누리당 최경환·윤상현 의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이다. 이들은 올해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에 도전장을 낸 김성회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옆 지역구로 비켜날 것을 요구했다. 옆 지역구 후보 자리를 약속하기도 했고 “까불면 안 된다. 별의 별 것 다 가지고 있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옆 지역구의 후보 자리를 약속한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후보자 협박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규정돼있다. 이 사건 또한 통화 내용을 언론이 보도해 범죄의 증거 확보가 어렵지 않은 사건이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 되면 공소시효가 완성되므로 검찰은 두 실세의 기소 여부도 10월12일 안에 결정해야 한다.
공소시효가 다가오고 있지만 검찰은 이들의 조사 여부조차 함구하며 잔뜩 웅크리고 있다. 이들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이정회 2차장검사는 “(피고발인) 조사 여부를 확인해주는 건 어렵다. 당사자에게 확인해보라”고 답했다. 검찰 조사 여부에 대해 이정현 대표는 “(검찰에서) 연락온 거 없다. 언젠가는 연락오겠지”라고 답했고 최경환 의원 쪽은 “연락받은 바 없다”, 윤상현 의원 쪽은 “모른다”고 답했다.
검찰 장악한 현직 민정수석 수사 중…‘나 떨고 있니?’
2016년 8월2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에 우병우 민정수석이 참석해 앉아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부동산 차명보유, 생활비를 법인에 떠넘긴 횡령·배임, 의경 아들 꽃보직 배정 의혹 등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는 검찰의 새로운 역사가 되고 있다. 청와대에 사정기관을 컨트롤하는 민정수석이 신설된 이래 현직을 유지한 채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 부장검사가 귀띔한 검찰의 ‘수사 뭉개기’ 방법은 우병우 사건의 미래가 예견될 정도로 불순하고 불길하다.
“검찰이 힘 있는 정치인을 봐주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고소·고발인에게 입증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 시민단체는 강제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언론 보도만으로 고발할 수밖에 없다. 고발하면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적극적으로 증거를 수집해 입증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 없이 ‘고발인의 일방적인 진술만으로는 입증이 어렵다’며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수사 의지다. 검사가 수사 의지를 안 보이면 상대방이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을 말하기 어렵다. 검사가 건성으로 물으면 참고인도 건성으로 대답한다는 거다. ‘이 사람을 봐주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검찰 분위기를 알게 되면.”
이미 검찰은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으로 분위기를 암시한 바 있다. 검찰 인사권을 완벽하게 장악한 우병우 민정수석을 검찰이 과연 소환조사할 수 있을지, 혐의를 확인하고 기소할 수 있을지, 모든 게 흥미로운 관심거리다. 검찰도 원치 않을 ‘심판의 시간’이 째깍거리며 다가오고 있다.
김태규 성연철 서영지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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