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중앙일보 ·한국정치학회 공동 주관)가 주최하는 대선후보 토론회가 25일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선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5일 열린 대선후보 초청 4차 TV 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동성애에 반대하십니까”라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질문에 “반대하죠”라고 답했다. 홍 후보가 거듭 묻자 “그럼요”라고 했다. 군대 내 동성애 문제를 얘기하다 갑자기 동성애 일반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을 2번이나 던졌지만 “반대한다”는 문 후보의 답변은 명확했다. 다음은 토론 녹취.
홍준표 : 군에서 동성애가 굉장히 심합니다. 군 동성애는 국방 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어떻습니까?
문재인 :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홍준표 : 그래서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재인 : 반대하죠.
홍준표 :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재인 : 그럼요.
홍준표 : 그런데 박원순 시장은 동성애 파티도 서울 그 앞에서 하고 있는데? 시청 앞에서.
문재인 : 서울광장을 사용할 권리에 있어 차별을 안 주는 것이죠. 차별금지하는 것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거랑 같습니까?
홍준표 : 차별금지법이라고 국회 제출한 게 이게 사실상 동성애 허용법이거든요. 문 후보 진영에서 민주당에서 제출한 차별금지법이 있는 게.
문재인 : 차별금지와 합법을 구분을 못합니까?
홍준표 : 아니, 합법화가 아니고. 분명히 동성애 반대하는 것이죠?
문재인 : 저는 뭐 좋아하지 않습니다.
홍준표 : 좋아하는 게 아니고 찬성이냐 반대냐 물어봤는데.
문재인 : 합법화 찬성하지 않습니다.
홍 후보의 질문에서도 나타났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이슈가 항상 같이 다닌다. 차별금지법에는 ‘성별, 연령, 인종, 장애, 종교,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인권위원회법만으로는 실효적인 차별 방지가 어렵기 때문에 차별금지법 제정은 인권단체들의 숙원 사업이었고 참여정부 때인 17대 때부터 추진됐다. 그러나 차별금지의 항목으로 ‘성적 사유’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보수 기독교 세력이 이를 극렬히 반대했다. 19대 국회에서 제1야당 대표였던 김한길 의원이 이 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보수 기독교 세력의 반대를 못 이기고 스스로 발의를 철회하기도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정치적 올바름과 거대한 뭉치표 사이에서 선택해야 했던 ‘뜨거운 감자’였다.
문재인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선택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하고 동성 커플의 사회적 의무와 권리에 대한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자고 한 것이다. 그러나 5년 뒤인 2017년 2월 그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목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으므로, 추가 입법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 목사들이 동성결혼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요청하자 “동성애나 동성혼을 위해 추가적인 입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우리 당 입장이 확실하니까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괜찮다”며 그들을 안심시켰다.
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 중에서도 동성애 이슈에서는 문 후보가 가장 보수적이었다. 지난 1월 <한겨레>가 대선후보들에게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이재명 성남시장은 “차별금지법에 적극 찬성한다.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반대하는 ‘충남도민 인권선언’을 2014년 10월에 발표했고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성적인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논쟁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문 후보는 “전통적인 가정, 가족, 결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지지함, 그러나 혐오와 차별에는 반대함”이라는 답을 내놨다. 동성애 문제를 놓고 문 후보와 민주당은 전략을 수정했고 TV 토론회에서 불거진 문 후보의 ‘동성애 반대’ 논란은 이런 변화의 결과인 셈이다.
문 후보는 4차 TV 토론회 말미에 “동성혼을 합법화할 생각은 없지만 차별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 쪽은 토론회가 끝난 뒤 “홍준표 후보가 군대 내 동성애 문제를 물어와, 문재인 후보는 군대 내 동성애 허용과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해명했지만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문 후보의 발언을 수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페이스북에서 “현재 우리 사회에 수많은 동성애자들이 있고, 그들이 이런저런 억압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후보의 발언에는 이들의 눈초리, 이들의 목소리가 들어가 있지 않다”고 적었다. 한 교수는 “그들의 고통과 눈물과 아우성을 염두에 둘 수 있었다면, 공감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렇게도 쉽사리 ‘반대, ‘좋아하지 않습니다. ’등등의 발언을 거침없이 내놓아서는 아니되었다”고 꼬집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