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발언한 뒤 주먹을 쥐어 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빙 승부 탓에 거의 밤을 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10일 공식 일정을 분주하게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를 시작으로 끊임없는 축하 전화를 받았고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했으며 그때마다 “도와달라”며 ‘통합’을 강조했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전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서 각각 축하 전화를 받았다. ‘효율적인 정부 인수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에게 윤 당선자는 “이른 시일 내에 뵙고, 하다가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연락 드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앞으로 한반도 사안에 대해 더욱 면밀한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윤 당선자는 이어 오전 10시27분께 서울 서초동 집에서 나와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방문하며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윤 당선자는 현충탑에 헌화하고 분향한 뒤 방명록에 “위대한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의 나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도착해 당선 인사를 전했다. 그는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 국정 현안을 놓고 국민과 진솔하게 소통하겠다”고 했다. 이어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선 “기자들과 간담회를 자주 갖겠다. 국민과 잘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해단식을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며 소속 의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오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문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하러 온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을 맞이 했다. 윤 당선자는 정권 인수를 위해 청와대와 긴밀하게 소통하기로 했고 비공개 회동에선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를 집무실로 쓰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윤 당선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배우자 권양숙 여사에게도 축하난을 받았고, 낙선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도 전화를 걸어 위로를 전했으며, 이 후보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윤 당선자는 오후 2시6분께 국회도서관 강당을 다시 방문해 선대본부 해단식에 참석했다. 그가 청년보좌역으로부터 당선증을 받을 땐 열렬한 환호가 쏟아졌다. 이준석 대표는 ‘내일을 위한 열정’을 의미하는 붉은 장미를,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노란 프리지아를, 김기현 원내대표는 ‘국민의 삶의 빛’을 의미하는 주황색 버베라를 윤 당선자에게 전달했다. 윤 당선자는 “꿈만 같다”, “행복했다”며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윤 당선자는 “대통령이 되는 저는 당의 사무와 정치에는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분이 저를 많이 도와주셔야 한다”고 웃으며 당부했다.
윤 당선자는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오후 3시23분께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윤 당선자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늘 의회 지도자들과 상의하고 논의하면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겠다”며 “많이 가르쳐주시고 도와달라”고 했다. 박 의장이 “청와대에 들어가면 큰 귀를 가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협치를 이루려면 선의에 의한 것보다는 제도적으로 협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정치개혁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자 윤 당선자는 “국회에 자주 오겠다”고 화답했다. 윤 당선자는 취임 전까지 서울 서초동 집에 머물며 업무를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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