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4일 서울 종로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취임 뒤 통의동 집무실에 머물 윤석열 당선자가 위기상황에 대처하려면 청와대 지하벙커(국가위기관리센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윤 당선자가 ‘청와대 벙커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윤 당선자가 이동용 지휘소인 ‘국가지도통신차량’을 활용해 국가안보 위기와 재난 상황에 대응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이 차량은 대통령이 청와대 외부에 있을 때를 대비한 비상용이어서 일상적으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위는 최근 윤 당선자에게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될 때까지 통의동 집무실을 사용하게 되면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임시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윤 당선자는 “청와대 벙커 사용 말고 다른 대책은 없냐”고 물으며 “한톨도 남기지 말고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취임 뒤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종합상황실을 사용하면 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통의동에서 용산까지 이동거리가 있고 국방부 집무실 리모델링에 방해가 될 수 있었다. 결국 인수위는 국방부·합참 종합상황실도 사용하면서 통의동 집무실 근처에 ‘국가지도통신차량’을 상시 대기시키기로 결론 내렸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국가지도통신차량에는 대통령이 지방갈 때 위기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재난안전통신망 등이 설치돼 있다”며 “내부에 설치된 화상시스템을 이용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차량은 2018년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제작됐다. 문 대통령이 혹시 모를 안보 공백을 우려하며 비상용 지휘소 구상을 냈고 완성된 차량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지방일정을 소화할 때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비상 상황에서 안보 위기나 재난 상황에서 종합적인 대응이 가능한 청와대 벙커를 놔둔 채 ‘임시 비상용’인 국가지도차량을 사용하는 것은 위기 대응 능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선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위기대응 체계를 잘 알고 있는 여권 관계자는 “그 차량은 비상용이지 상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벙커에서 회의하는 이유는 공격을 버티기 위해서다. 벙커를 들어가는 문도 철문이고 폭탄에 대한 방어시스템도 갖춰져 있다”며 “대면이 아닌 (차량에서의) 온라인 회의는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왜 굳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두고 차량에서 그러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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