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3일 오후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새 정부 초대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한덕수(73) 전 국무총리를 새 정부 첫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데에는 ‘호남’ 출신 ‘경제 전문가’인데다 ‘노무현 정부 때 총리 이력’ 등이 주요하게 고려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소야대 국면 속에서 ‘윤석열호’ 순항의 첫 단계인 국회 총리 인준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비교적 더불어민주당의 거부 명분이 적은 카드라는 점이 인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다 만 한 전 총리가 윤 당선자가 그간 주장해온 ‘공정과 상식’을 상징하는 인물로 보기엔 연결고리가 부족하고, 1949년생으로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점 때문에 참신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당선자는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 전 총리를 총리 후보자 지명한 뒤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신 분”이라며 “민관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각을 총괄하고 조정하면서 국정과제를 수행해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행정고시 8회로 관세청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래,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 이르는 색깔이 다른 4개 정부에서 통상산업부 차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및 국무총리, 주미국대사로 중용되는 등 ‘경제’와 ‘외교’ 분야를 아우른 인물로 평가받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당선자 쪽에서는 이같은 한 전 총리의 풍부한 경험이 ‘정치 초보’인 윤 당선자의 취약점으로 분류됐던 경제·외교 쪽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윤 당선자 쪽에서는 한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 당시 총리 후보자로 인준 청문회를 통과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들어, 여소야대 상황 속에서도 청문회를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 후보자가 관료 출신이라 정치색이 옅은 데다, 고향이 전북 전주 출신라는 점도 이런 기대를 부추기고 있다.
한 후보자가 올해 73살로 고령인데다, 윤석열 시대의 초대 총리로서 보여줄 상징성이 약하다는 점은 취약점으로 꼽힌다. 당장 한 전 총리의 인사 검증을 담당할 민주당 쪽에서는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전 총리가 총리 역할을 했던 시기가 벌써 15년이나 지난 만큼, 대내외적으로 급변한 환경에 맞는 총리 인선은 아니라는 비판이다.
한편, 인사청문회법상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인사청문 특별위원회가 구성된 뒤 20일 이내에 시행된다. 이달 중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다른 국무위원 후보자와 달리 총리 후보자 인준의 경우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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