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0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첫 내각 인선에서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기획위원장이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깜짝 발탁’이라는 말이 나왔다. 내각 인선 과정에서 검증 동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 후보자의 입각 가능성이 거론되긴 했지만, 국토부 장관에 지명될 것이란 건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치권 출신이 거론됐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언론인 출신인 박보균 당선자 특별고문이 지목되고, 그간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던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예상 밖 인선이라는 평가다.
이날 인선안이 발표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원 위원장이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될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원 후보자의 이력에 부동산이나 교통 분야의 접점이 거의 없는데다, 주로 행정안전부나 통일부 장관 후보자 혹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지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인수위 안팎에선 윤석열 당선자의 부동산 공약을 짠 김경환 서강대 교수나 심교언 건국대 교수 등 ‘전문가 그룹’에서 국토부 장관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윤 당선자는 이날 인선 발표 기자회견에서 “부동산이야말로 공정과 상식이 회복돼야 할 민생의 핵심 분야”라며 “원 후보자는 이러한 당선자의 철학과 의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인수위 안팎에선 ‘임대차 3법’ 개정 등 국회와 협조해야 할 부동산 관련 현안이 산적해 있는 탓에 정치인 출신 장관을 기용했을 거란 분석이 나왔다. 국회 입법 과정 등을 원만하게 조율할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당선자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취지다. 인수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경선 과정에서부터 윤 당선자의 공약을 담당해온 원 위원장에게 부동산 분야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맡기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원 후보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의 고통과 눈높이를 국토·부동산·교통 분야에서 전문가들과 접목해서 국민의 꿈을 실현시키고 정무적인 중심, 종합적인 역할을 하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 언론인 출신인 박보균 전 <중앙일보> 편집인이 내정된 것도 눈에 띈다. 애초 문체부 장관에는 4선인 나경원 전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등 정치인이 주로 물망에 올랐기 때문이다. 예상을 깨고 윤 당선자가 기자 출신인 박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언론과 소통을 원만히 하고 언론개혁법 대응 등에 주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해 8월 <중앙일보>를 떠나 당시 윤 후보 캠프에 합류한 바 있다.
윤 당선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자를 소개하며 “40년 가까이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갖고 열정을 쏟은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언론과의 소통이 원만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문화·체육·관광의 발전과 케이(K)-컬처 산업에 대한 규제 해소와 문화 수출 산업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논란이 됐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재발 우려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과거의 악몽 같은 일이니까 윤석열 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두고도 의외의 발탁이란 평가가 나온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과 현택환 서울대 공대 교수 등 후보자로 거론됐던 인물들이 고사한 데 따른 것이란 얘기도 나오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윤 당선자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된 인사라는 얘기도 있다. 윤 당선자는 지난 7일 주한미군 평택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로 이동할 당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보고 “반도체 산업 등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인 첨단 산업들을 더 발굴하고 세계 일류로 키워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윤 당선자가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던 시기, 윤 당선자에게 4시간가량 반도체 생산 기술, 연구 인력 양성 등을 설명하면서 눈도장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또한 입각 대상으로 많이 거론된 인물은 아니다. 정 후보자가 윤 당선자와 동갑내기로 대학 시절부터 약 40년 동안 인연을 맺어온 막역한 사이인 게 반영된 인선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윤 당선자 쪽에서는 이에 대해 “오랜 인연도 있지만, 대구에 코로나가 덮친 이후 정 후보자가 보인 리더쉽과 대응 능력을 윤 당선자가 높이 샀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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