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을 방문, 112치안종합상황실 운영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장관 인선 과정에서 전문성 문제를 조언할 기회가 없었다’며 윤석열 당선자의 1차 조각 명단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새 정부 공동운영 파트너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인수위원 사퇴에 이어 조각 과정에서 안 위원장 추천 인사가 배제됐다는 점을 안 위원장 본인이 직접 공론화한 모양새다. 남은 10명의 장관 후보자 발탁에서 서울대·경북 출신의 50대 이상 남성 중심 인선이 유지될지 안 위원장 추천 인사를 반영해 다양성을 보완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위원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종합상황실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나름대로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인사 기준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 도덕성, 개혁 의지가 있고, 또 그것을 이룰 만한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인선 과정에서 특히 제가 전문성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조언을 드리고 싶었습니다만, 그런 과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추천한 인사가 발탁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인선 조건을 윤 당선자에게 전달할 기회조차 없었다는 불만이다. 앞서 발표된 1차 내각 인선에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나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고, 안 위원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과 백경란 인수위원(성균관대 의대 교수)이 각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지만 낙점받지는 못했다. 지난달 30일 안 위원장은 총리직을 고사하며 “자격 있고 깨끗하고 능력 있는 분들을 장관 후보로 열심히 추천할 생각”이라고 했지만 이와는 다른 결과였다.
안 위원장을 포함한 국민의당 쪽의 기류가 심상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르면 13일로 예정된 윤 당선자의 2차 조각 발표가 ‘공동정부 구상’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차 조각 명단에도 안 위원장이 입각을 추천하거나 기대한 인물이 못 들어가면 갈등이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안 위원장 추천으로 인수위원으로 합류한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와 유웅환 에스케이(SK) 텔레콤 고문, 신용현 대변인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안철수 캠프의 중앙선대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최진석 서강대 교수는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2차 조각 유력후보는 여전히 ‘서울대 출신 50대 이상 남성’
‘안철수 위원장의 반발’이라는 변수가 돌출되긴 했지만 남은 10자리 장관 후보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들은 대부분 서울대 출신의 50대 이상 남성(서오남)들이다. 교육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정철영(64) 서울대 교수, 외교부 장관으로 유력한 박진(66) 국민의힘 의원, 통일부 장관으로 꼽히는 김천식(66) 전 통일부 장관, 권영세(63) 국민의힘 의원 등은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는 유경준(61·서울대) 국민의힘 의원과 박지순(61·고려대)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등이 언급된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로는 이용호(62·서울대) 국민의힘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환경부 장관에는 나경원(59·서울대) 전 국민의힘 의원과 박순애(57·서울대) 서울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이연승(54·부산대) 전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조승환(56·고려대) 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발탁 가능성이 있다. 윤 당선자의 의중이 가장 많이 반영될 법무부 장관에는 한찬식(54) 전 서울동부지검장과 권익환(55) 전 서울남부지검장, 조상철(53) 전 서울고검장 등 서울대 출신 전직 검찰 고위간부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정치인 배제 방침에 따라 윤 당선자와 인연 있는 인사가 ‘깜짝 기용’될 수 있다. 윤 당선자가 함께 일해본 경험을 중시하는 스타일이어서, 대선 캠프 자문그룹, 선대위, 인수위 인사들의 발탁 가능성도 여전하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날 “2차 조각명단은 내일(13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며 “복수 후보자가 있어서 최종선택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각 인선과는 별도로 윤 당선자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한길 인수위 통합위원장도 비서실장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김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경제정책비서관을,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지냈다. 최 전 장관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1차관, 대통령 경제수석, 지식경제부 장관 등을 두루 거쳤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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