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복심·학연·친구…내 사람 챙기는 ‘윤석열식 수첩인사’

등록 2022-04-15 04:59수정 2022-04-15 07:57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완성됐지만
최측근과 고교·대학 학맥 인사 ‘마이웨이’
지역·여성 안배도 배제…“통합 반영안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최측근 ‘복심’과 고등학교 후배, 서울대 학회 선배와 40년 지기 등 주변 인맥을 총동원해 초대 내각을 꾸리는 역주행 인사로 치닫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극심한 진영 대결이 벌어지면서 0.73%포인트 차로 신승한 윤 당선자가 국민통합과 협치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여론을 외면하고 ‘마이웨이’ 행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식 수첩인사’의 핵심은 그의 ‘복심’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두 사람은 2003년 대검 중앙수사부 대선자금 수사, 2006년 대검 중수부 현대차 수사,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서 호흡을 맞췄다. 2017년엔 각각 서울중앙지검과 3차장검사로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했고 2019년부터는 검찰총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지휘했다. 한 후보자는 13살 위인 윤 당선자를 ‘석열이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두 사람의 끈끈한 친분은 널리 알려져있다. 윤 당선자의 정치권 측근그룹도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며 반신반의하던 ‘한동훈 중용’을 윤 당선자는 끝내 밀어붙였다.

인수위 내부에서 ‘비정치인 기용 기조에 따라 적임자가 없다’는 우려가 나오던 행정안전부 장관도 결국 윤 당선자의 충암고 4년 후배인 이상민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변호사)으로 낙점됐다. 이 후보자는 대선 캠프부터 합류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외협력특보로 일했지만 장관 후보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물은 아니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2차 조각 명단 발표 전날인 지난 12일 “행안부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전직 관료나 현직에서 조금 벗어난 정치인이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 13일 발표는 어렵다”고 했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윤 당선자는 지방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에는 비정치인을 기용하겠다고 했고 외형상으론 그 약속을 지켰지만 자신의 최측근들을 배치하면서 ‘공정선거 관리’ 의지를 퇴색시켰다. “정치인보다 더 정치적인 인물을 기용했다”(조응천 민주당 의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내 사람, 측근 챙기기’에는 학연을 포함한 친분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경호경비팀장을 맡아 ‘용산 시대’ 개막을 주도하고 있는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도 윤 당선자의 충암고 1년 선배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자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다. 대학 때부터 형사법학회에서 돈독한 사이를 쌓았고 연세대 도서관에서 함께 고시 공부를 하기도 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자와 ‘40년 지기’다. 윤 당선자는 대학 시절 대구 출신 서울대 법대 친구에게서 정 후보자를 소개받고 오랜 술친구로 교류했다고 한다. 정 후보자는 과거 “암 치료의 특효약은 결혼”, “결혼과 출산이 애국” “3m 여성 청진기” 등의 칼럼으로 시대착오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고 최근에는 경북대병원 고위직 시절 자녀들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12일 2차 조각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일부 후보자는 과거 발언으로 논란이 되면서 사퇴 압박까지 받고 있는데 어떤 입장이냐”는, 정 후보자를 겨냥한 질문이 나왔지만 윤 당선자는 “전 뭐 듣지 못한 얘기인데 문제가 있으면 보도를 좀 하시면은 제가 살펴보겠다”며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 당선자가 친분에 의한 내각 인사에 집중하면서 지역이나 성별 안배는 무시됐다. 윤 당선자는 14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18명 내각 구성을 마쳤지만, 출생지로는 영남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이 2명, 강원·대전·제주·충남이 각 1명씩이었다. 호남 출신은 이상민 후보자(전북)가 유일했는데, 이 후보자는 고등학교를 서울에서 나온 데다 윤 당선자의 최측근이어서 지역 안배 인사라고 볼 수도 없다. 18명 중 여성은 김현숙(여성가족부)·이영(중소벤처기업부)·한화진(환경부) 후보자 3명으로 전체의 16.7%였다.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은 17명의 장관 후보자 가운데 여성 4명으로 23.5%였고,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은 17명 중 2명(11.8%),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은 14명 중 1명(7.1%)이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새 정부 첫 내각의 면면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윤석열”이라며 “당선자와의 인연으로 발탁된 끼리끼리 인사이자 복심 인사, 측근 인사”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문재인 정부 때도 인재풀이 좁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이번 내각에서도 아는 사람만 쓰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가 없다”며 “특히 한동훈 후보자의 인선은 전쟁하겠다는 느낌을 주는 인사”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는 남녀 동수 내각을 아예 헌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안배는 기피 대상이 아니다”라며 “성별 갈등이 심하고 지역 차별도 사라지지 않고 있어 장관들의 면면에서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상징성이라도 확인되기를 바라는 여론이 있는데, 그걸 단칼에 자르고 친구와 부하들을 인선해서 능력 인사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2차 ‘내란 특검법’ 국회 통과…최상목, 이번에도 거부권 행사할까 1.

2차 ‘내란 특검법’ 국회 통과…최상목, 이번에도 거부권 행사할까

나경원, 트럼프 취임식 가서 ‘극우 유튜버 음모론’ 퍼뜨리나 2.

나경원, 트럼프 취임식 가서 ‘극우 유튜버 음모론’ 퍼뜨리나

권성동 “애초 내란 특검법은 필요없다”…최상목 대행에 거부권 요구 3.

권성동 “애초 내란 특검법은 필요없다”…최상목 대행에 거부권 요구

“내 친구 윤석열” 울먹인 권성동…“부하라 생각할 텐데” 4.

“내 친구 윤석열” 울먹인 권성동…“부하라 생각할 텐데”

윤석열이 “친구”인가…경호차장이 무너뜨린 경호의 정석 5.

윤석열이 “친구”인가…경호차장이 무너뜨린 경호의 정석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