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열린 ‘2022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의대 편입학, 병역 특혜’ 의혹과 관련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고 배현진 당선자 대변인이 17일 밝혔다.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입시·병역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지만, 윤 당선자는 지명 철회 없이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공정과 상식의 대변자를 자임해온 윤 당선자가 정 후보자 관련 의혹에는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비판과 함께 국민의힘 안에선 당선자가 40년 지기인 정 후보자를 감싸는 것은 내로남불로 민심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배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연 브리핑에서 “명확한 범죄, 부정 행위가 있었는지 본인(정 후보자)이 정확히 해명해서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지, 이런 모든 것을 저희가 지켜보고 무엇보다 국민의 말씀을 경청할 생각”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와 비교를 많이 하는데 (조씨는) 명확한 학력 위·변조 사건이 국민 앞에 확인됐는데, 정 후보자의 많은 의혹은 과연 그에 준하는 범법 행위가 있었는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의대 입시와 관련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조국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우려가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빗발치는 상황인데도, 윤 당선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정호영 후보자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부당한 행위가 없었다”고 항변한 뒤에도, 윤 당선자 쪽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기존 입장만 반복했다.
윤 당선자 쪽은 정 후보자 의혹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범법 행위’ 여부를 들고 있다. 하지만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의혹이 불거졌을때,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투입해 서울대·부산대 등 30여곳을 압수수색했고 그 결과로 조 전 장관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공정’을 앞세웠던 윤 당선자가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정 후보자에게는 본인의 해명에만 기대어 무딘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들이 윤 당선인을 왜 지지했는가. 아빠 찬스로 공정과 상식을 짓밟았던 내로남불, 이른바 ‘조국 사태’의 영향 아닌가”라고 적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겨레>에 “젊은 세대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입시 관련 불공정을 그냥 넘길 경우 ‘선택적 공정’이라는 비판에 휩싸일 것”이라며 “정 후보자를 발탁한 배경에 전문성보다 친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와중에 등장한 가족 관련 의혹이다. 조국 사태 수사를 지휘했던 윤 당선자가 일관된 기준과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와 인수위에선 정 후보자 논란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윤 당선자가 정치를 시작해 대통령이 되기까지 앞세웠던 열쇳말이 ‘공정’과 ‘상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 후보자 논란이야말로 그의 정치 행보와 정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취임 초기 국정 동력 상실에 대한 위기감은 물론 다가오는 6·1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까지 바라보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수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내부적으로도 당선자 취임 때까지 영향을 줄 사안이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논란이 되는 상황이 더러 있는 것으로 안다. 후보자 해명을 보고 당에서 내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할 기회)가 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윤 당선자 쪽은 ‘검증 실패’라는 지적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장으로서 박근혜 정권 때 임명이 돼 검증했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도 검증을 했다. 그 자료를 받았다”며 “(인사 추천) 배수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검증 자료를 받았고 추가 자료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립대병원장과 장관 후보자로서의 검증 기준을 같은 급으로 보기 어려운데다, 정 후보자 자녀들의 의대 편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과 2018년에 이뤄진 만큼, 인수위가 엄밀히 검증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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