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과 원장 시절 업무 관련성이 낮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비상임이사로 활동하면서 회의에 절반도 참석하지 않고, 29개월 간 3200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참석한 회의에서도 절반은 아무 말을 하지 않거나 낙동강 생물자원 연구와는 관계없는 질문만 던졌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으로부터 제출받은 비상임이사 지원서와 급여, 회의록 등을 <한겨레>가 20일 모두 분석해보니, 정 후보자는 2015년 10월26일부터 2018년 4월8일까지 총 23차례 열린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이사회 회의에 절반도 안 되는 11차례만 직접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 후보자는 이 가운데 5차례 회의에선 아예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정 후보자가 11차례 대면회의에 참석하고 받은 돈은 3200만원가량이다. 회의 참여와 상관없이 월 100만원가량의 정액 수당을 받았고, 회의에 참여할 때마다 30만원가량의 수당이 더해진 데 따른 것이다. 한 번 회의가 열리면 회의시간은 1시간30분~2시간에 불과했다. 근무기간으로 단순 계산해볼 때 2.6개월에 한 번씩 2시간짜리 회의에 참석하고 월 100만원씩 받아간 셈이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담수 생물자원의 보전을 위해 설립된 환경부 산하 전문 연구기관으로, 당시 비상임이사 공모를 하며 세부 자격 기준으로 ‘관련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를 명시한 바 있다. 정 후보자는 이 시기에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위암 수술 전문가’인 정 후보자는 이 자격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후보자도 비상임 이사에 지원하며 제출한 3쪽짜리 분량의 자기소개서에서 “이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는 아니”라며 스스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자기소개서에서 “이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의과대학 교수로서 대학과 연계된 생물자원의 연구 네트워크 구축에 평소 관심을 가져왔다”며 “병원 조직 경영의 풍부한 경험과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넓은 인적 네트워크는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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