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자가 4일 오후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와 함께 강원 원주시 부론산업단지를 방문해 조성계획 보고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4일 강원도를 끝으로 전국 민심 투어를 마무리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는 곳마다 해당 지역 국민의힘 후보를 대동한 채 지역 발전 약속을 풀어내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윤 당선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윤 당선자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 50일 동안 ‘약속과 민생의 행보’라는 이름으로 방문한 곳은 부산, 인천, 일산, 대전 등 29곳에 이른다.
윤 당선자는 4일 강원 춘천역에서 철도 인프라 구축 현장을 점검하고 “강원도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우리 도민들께서 많은 불이익을 감수하셨다”며 “더는 지체해선 안 되고 저도 선거 때 강원도를 경제특별도로 발전시키고 많은 규제도 풀겠다고 도민들께 약속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티엑스(GTX)-B 노선을 춘천과 연계하겠다고 했고, 동서 고속화 철도도 저희가 촘촘하게 마무리를 해야 될 단계에 왔다”고 지역 개발을 약속했다. 강원도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의 도지사 빅매치가 예고된 지역이다.
윤 당선자는 이어 원주 부론산업단지, 강릉 중앙시장을 찾았다. 윤 당선자 일정에는 김진태 후보와, 강원 원주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정하 국민의힘 원주시 당협위원장이 함께했다. 박 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원주갑에 출마하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11~12일 대구·경북으로 시작한 윤 당선자의 지역 방문은 그때마다 선거 개입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을 의식한 듯 윤 당선자는 지난달 29일 충북 청주 육거리 종합시장에서 “이제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제가 좀 있으면 대통령으로서 공정한 선거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세세하게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지역 행차는 계속됐다.
윤 당선자의 지난 2일 경기도 방문 때는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 이상일 용인시장 후보 등이, 지난달 28~29일 충청권 방문 땐 김태흠 충남도지사 후보와 김영환 충북도지사 후보, 지난달 26일 인천 방문에는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등이 윤 당선자 옆에 섰다.
민주당은 윤 당선자가 공직선거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 ‘당선자’ 신분을 이용해 선거에 개입한다고 비판했다. 이소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4일 비대위 회의에서 “취임을 일주일 앞둔 대통령 당선자 역시 그 영향력은 대통령이나 다름없고 선거 중립 의무를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며 “취임 전부터 자당 후보 선거 운동과 보수 세력 대결집에 몰두하는 윤 당선자는 자중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법 해당 조항에 적용되는지 여부를 떠나, 당선인이라는 지위를 고려할 때 문의한 행위들(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은 자제되어야 할 것”이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답변을 공개했다. 지난해 2월 조 의원이 선관위에 “대통령 당선자가 정권 임기 시작 전까지 선거법 제9조(중립 의무), 85조(선거관여 금지), 86조(선거에 영향 미치는 행위 금지)의 의무와 금지행위 조항을 적용받는지”를 문의하자 이같이 답했다는 것이다.
선거 개입 논란으로 인해, 취임 전 지역을 다시 방문해 민심을 살피겠다는 애초 지역 행보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이준한 인천대(정치외교학) 교수는 “만약 지역의 여론을 듣고자 했다면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다니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일정이 더 많아야 했다”며 “선거 목적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서울에 있었다면)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나 장관 후보자들 인사청문회 등에 관한 책임의 화살을 다 뒤집어쓸 수 있다”며 “지역 방문을 통해 현안에서 비켜나려는 의도도 보인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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