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거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이완규 변호사를 법제처장에 기용하는 등 처장·차관·외청장 21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검찰과 기획재정부 출신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이완규 새 법제처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79학번)와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인 ‘40년 지기’다. 2020년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을 맡아 그를 도왔고 검사로 근무할 때는 검찰 수사권 강화를 주장하던 검찰 내 대표적인 이론가였다. 윤 대통령이 검찰 수사권 축소를 앞두고 법률 유권해석을 담당하는 법제처에 자신의 측근을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 차관에는 검찰 출신 이노공 변호사(연수원 26기)가 발탁돼 첫 여성 법무부 차관이 됐다. 이 차관은 2018년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로 일하며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호흡을 맞췄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연수원 27기)가 임명되면 법무부 장·차관 진용은 연수원 기수가 역전된 형태로 짜이게 된다. 국가보훈처장으로는 검찰 출신인 박민식 전 의원이 기용됐다. 박 전 의원은 경기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공천을 신청했지만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을 단수공천 하는 당의 결정에 승복했다. 박민식 보훈처장 인사는 이에 따른 보상 성격이 강해 보인다. 새 국세청장에는 김창기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지명됐다.
기재부 출신들도 정부 부처 곳곳에 포진됐다. 조용만 전 기재부 기획조정실장(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임명됐다. 기재부 출신이 문체부 차관을 맡는 건 이명박 정부 시절 김용환 차관 이후 9년 만이다. 통계청장에는 한훈 기재부 차관부가 기용됐다. 기재부 외청인 통계청장에 기재부 출신 관료가 돌아온 것도 이명박 정부 우기종 청장 이후 처음이다. 관세청장에는 윤태식 기재부 세제실장, 조달청장에는 이종욱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이 임명됐다.
그외 차관 자리엔 대부분 해당 부처 관료 출신들이 발탁됐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엔 김건 주 영국 대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엔 박일준 전 산업부 기획조정실장, 국토교통부 2차관엔 어명소 국토부 국토물류실장이 임명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오태석 과기부 과학기술혁신조정관, 과기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주영창 서울대 교수가 맡는다. 여성가족부 차관으로는 이기순 여가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이 발탁됐다. 윤석열 정부 부처 차관 중 여성은 2명(이노공·이기순)이다.
병무청장에는 이기식 전 국방부 해군 작전사령관, 문화재청장에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농촌진흥청장은 조재호 한국농수산대학 총장이 발탁됐다. 산림청장은 남성현 경상국립대 산림자원학과 초빙교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이상래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새만금개발청장엔 김규현 국토부 대도시광역교통위 상임위원이 맡게 됐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권영세 통일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임명했다. 또 국회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오는 16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하며 임명 수순에 들어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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