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계속되는 검찰 출신 편중 인선에 대한 비판에도 “필요하면 (검찰 출신을) 또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에서조차 ‘검찰 만능주의 인선’을 우려하며 수습하려는 상황인데도 윤 대통령은 “다 법률가들이 가야 하는 자리”라며 검찰 중용 기조를 고수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이 ‘여권 인사에게 검찰 출신 인사들을 기용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는지’ 묻자 “필요하면 또 해야죠”라고 말했다. 이어 “권영세(통일부 장관), 원희룡(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국가보훈처장)같이 검사 그만둔 지 20년이 다 되고 국회의원 3선, 4선, 도지사까지 하신 분을 검사 출신이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전날 “과거 민변 출신들이 (각종 자리에)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한 데 이어 이날도 “과거 정권에서도 전례에 따라 법률가들이 갈 만한 자리에 대해서만 배치를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주요 보직과 법무부는 물론 국가정보원, 국무총리실 등 정부 전반에 걸쳐 검찰 출신을 기용한 게 ‘전례에 따른 것’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그 직전에 나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발언과도 상반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 편중 인선에 대해 “충분히 그런 비판이 가능하다”며 “대통령이 평생 검사로서 생활했기 때문에 중요한 부서·직위에 믿을 만한 사람을 쓸 수밖에 없다. 인재 풀에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어제 제가 (윤 대통령과) 통화해서 ‘더 이상 검사 출신을 쓸 자원이 있느냐’고 하니 (윤 대통령이) ‘없다’고 말했다”며 “아마 당분간은, 다음 인사 때까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검사 출신을 기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검찰 편중 인사를 우려하며 수습에 나서자마자 윤 대통령이 이를 가볍게 묵살하면서 ‘마이 웨이’를 재확인한 모양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의 발언이 엇갈리는 것을 두고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며 “인재를 쓰는 원칙은 같은 것이기 때문에 유연하게 하시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십몇년 수감생활을 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느냐. 과거의 전례를 비춰서라도”라며, 반대 여론에 개의치 않고 사면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발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여전히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라며 강변하는 윤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이 경악스럽다”고 비판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이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과 관련해 “국민은 지금도 여전히 사라진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의 행방을 찾고 있는데 과연 국민께서 국민 혈세 탕진의 장본인을 사면하는 것에 공감하실지 의문스럽다”고 경고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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