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인신공격, 흑색선전, 계파 분열적 언어를 엄격하게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당내 ‘반이재명계’를 겨냥해) ‘수박’이라는 단어를 쓰는 분들은 가만히 안 두겠다”고도 했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내에서 책임 공방이 오가면서 계파 갈등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이 보이자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이다.
우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에 진 정당이 겸허한 평가의 접근이 아니라 서로 남탓하고 상대 계파의 책임만 더 강조하는 방식으로 가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며 “당의 주요한 인사들, 특히 주요 당직자나 국회의원 신분을 갖고 계신 분들은 절제된 언어를 사용해주시길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계파 갈등으로 비쳐질 수 있는 요인들을 사전에 차단해 갈등의 불씨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 위원장은 특히 당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는 ‘수박’을 ‘나쁜 사례’로 꼽았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맥락에서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지 않는 친문재인계 의원들을 가리키는 멸칭으로 쓰인다. 우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앞으로 ‘수박’이란 단어를 쓰시는 분들은 가만 안두겠다”며 “그런 것은 반드시 공개적으로 경고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우 위원장은 계파 갈등 해소 방안에 대해서는 “지금의 소위 갈등이라는 것이 (계파갈등이) 격렬했던 시기에 비하면 큰 갈등이라고 보지 않는다.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호대화가 시도되고 있다. 충분히 빠른 시간 안에 계파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을 건강한 토론, 논쟁으로 전환시킬 자신이 있다”고도 했다.
우 위원장은 이날 ‘1986년생 여성’ 서난이 전북도의원을 비대위원으로 위촉했다고 발표하면서 향후 비대위 운영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서 위원은 10·11대 전주시 의원을 지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우 위원장은 서 위원에 대해 “최연소 도의원으로 호남 지역에서 보이는 민주당을 더 개혁할 당사자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또 비대위 임무 중 하나인 차기 지도부 선출에 대해서는 “전당준비위원장 선임 등 전준위(전당대회준비위원회) 발족을 최대한 서둘러 금주 중 마무리할 것”이라며 “8월 말로 예정된 전대 일정을 절대 변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계파 간 이해가 엇갈리는 전당대회 룰과 관련해서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리당원 수가 대의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데 비해, 대의원의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45%)이 권리당원보다(40%) 높아 ‘표의 등가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다만 대의원 투표 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당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민주정당으로서의 면모는 강화하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고민이 반영되어 온 제도까지 폐지하는 것은 바림직하지 않다”고 했다. 권리당원의 지역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 도입된 대의원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대의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선출직 대의원은 전국 국회의원 선거구 별로 존재하는 지역위원회에서 추천한다.
아울러 “대선과 지방선거를 평가할 평가단의 구성도 서두르겠다”고 했다. 다만 “평가를 한다고 해도 평가를 실천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비대위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평가는 다음 지도부가 참고할 수 있는 정도가 적절하지 않겠느냐. 비대위원장이 과도한 가이드라인을 줘서 또 다른 내분이 발생하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선·지선 평가의 완료 시점과 관련해서는 “평가단을 꾸리고 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결정될 문제”라며 “평가단을 꾸리지도 않는데 시기부터 못박으면 월권 아니겠냐”고 했다.
한편, 우 위원장은 지난 4월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한 민형배 의원의 복당을 요청할 것이냐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검수완박 문제는 헌법재판소에 제소돼 있다”라며 “민 의원의 헌신을 평가하지만 이 문제는 헌재의 판결이 내려지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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