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오른쪽)가 16일 오후 고 전두환씨 부인 이순자씨를 예방한 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왼쪽 사진은 이순자씨가 배웅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고 전두환씨 부인 이순자씨를 예방했다. 김 여사는 ‘지인 동행’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현장에는 대통령실 부속실 직원 한 명과 경호 인력만 대동했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 2시55분께 서울 연희동 이씨 자택에 도착했다. 흰색 상의를 입은 김 여사는 도착 직후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져오셨나’, ‘대통령실과 일정을 상의하셨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김 여사는 약 90분 동안 자택에 머무른 뒤 오후 4시 25분께 자택을 나섰다. 이씨는 김 여사를 문앞까지 배웅했고, 김 여사는 이씨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김 여사는 ‘어떤 이야기 나누셨나’, ‘수행 인원을 줄인 이유는 무엇인가’를 묻는 취재진을 잠시 쳐다본 뒤 대답 없이 차량에 탑승했다.
김 여사의 이날 일정엔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관련 인물들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13일 김 여사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을 당시 동행했던 여성 3명은 코바나컨텐츠 전 직원들이었다. 이 가운데 2명은 대통령실 소속 직원이며 나머지 한 명은 공식 일정과 관련 없는 김 여사의 지인이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선 ‘사적 채용’과 ‘비선’ 논란이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고 전두환 씨 자택을 찾아 부인 이순자 씨를 예방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이번 일정이 ‘전직 여사들을 예우하는 차원의 행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5‧18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전씨 부인을 만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전직 대통령 부인들을 만나는 건 대통령 부부가 국가적 예의를 지키는 차원”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예방 일정을 묻자 “비공개로 만날 거라 진행 상황을 말씀드리는 게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여사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면서 대통령실 안에서도 김 여사의 일정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대통령실 쪽은 ‘(김 여사 예방) 일정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언제 파악하고 알렸는지 매번 확인 드리기 그래서 (질문을) 지나가겠다”며 답을 피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대통령실에 김 여사 일정을 조율하고 정무적으로 판단해줄 최종 책임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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