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3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고발당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보고서를 생산하면 메인서버에 자동적으로 남는데 어떤 바보가 그걸 삭제하라고 하겠냐”며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원장은 7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첩보 보고서가) 삭제됐다고 하면 국정원 서버에 남아있다. 삭제 기록도 남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이어 “첩보는 한·미 군사당국에 기록이 남고 거기에서 생산된 걸 국정원에 공유할 뿐”이라며 “어떤 바보가 첩보 생산처가 그대로 있는데 삭제하라고 지시하겠냐”고 말했다. ‘한·미 군사당국’에 첩보가 있는데 이를 근거로 작성한 국정원 보고서를 삭제하는 건 실효성이 없는 일이라는 취지다.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씨가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나를 구조해달라’고 했다는 감청 기록을 보고서에서 삭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 보도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박 전 원장은 “해수부 공무원이 관등성명을 북한에 얘기했다는 건 (사건 당시에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나온 얘기”라고 설명했다.
박 전 원장은 ‘당시 감청 첩보를 근거로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보고서가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기억은 안 나지만, 직원들이 보고를 했을 것”이라며 “기록이 남기 때문에 (내가) 삭제 지시를 할 원장도, 바보도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정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과 2018년 평창올림픽, 싱가포르·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북한에 금품이나 정보가 넘어갔다는 의혹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 전 원장은 의혹을 일축했다. 박 전 원장은 “평창(올림픽) 때 원장이 아니어서 모르지만 그럴 리가 없다. 북한에 땡전 한푼 지원한 적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의 고발은 무리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감찰·감사도 하지 않고 (나에게) 전화 한 마디 없이 국정원이 전직 국정원장을 고발한 건 김만복 전 원장 이후 처음”이라며 “(취임한 지) 한달 남짓된 신임 국정원장이 국정원을 걱정원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실체가 없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외 비자금 첩보를 확인하려 했던 국정원의 ‘데이비슨 공작’ 실무자에게 원장 취임 뒤에도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전 원장은 “국내 정보를 했다고 해서 인사상 불이익 받은 사람들을 승진시키고 좋은 보직 다 줬다”며 “우리는 보복하지 않았다. 27명 1급 간부를 내가 임명했다고 해서 모두 대기발령 냈는데 보복 아니냐. 이런 짓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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