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위선과 이별하고 ‘더 엄격한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피선거권이 없다고 당 지도부가 판단했음에도 출마를 강행한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을 다양한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줄 아는 열린 정당, 민생을 더 잘 챙기고 닥쳐올 위기를 더 잘 해결할 유능한 정당으로 바꾸기 위해 당대표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정당이 동료의 잘못과 범죄를 감싸주면 사회 정의가 무너지고 정당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당원은 윤리위 징계뿐만 아니라 형사고발도 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민주당의 몰락은 성범죄 때문”이라며 “성범죄는 무관용 원칙으로 신속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서 민주당에 다시는 성폭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조국의 강’을 건너겠다는 의지도 비쳤다. 그는 “우리는 아직도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 어느새 모두 기득권이 됐기 때문에 건너지 못한 것”이라며 “조국을 넘지 않고서는 진정한 반성도 쇄신도 없다. 제가 대표가 되면 조국의 강을 반드시 건너겠다”고 했다. 강성 당원들을 중심으로 한 ‘팬덤 정치’에 대해서도 “그릇된 팬심은 국민이 외면하고, 당을 망치고, 협치도 망치고, 결국 지지하는 정치인도 망친다”며 “욕설, 문자폭탄, 망언과 같은 행위는 강력히 제재하겠다. 팬덤과 결별하고 ‘민심을 받드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에 대해선 “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전당대회 불출마를 재차 촉구했다. 박 전 위원장은 “그래야 (이 의원이) 차기 대선에서도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 의원이 출마하면) 당도, 이재명 의원도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이 의원의 대표 출마에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을 막기 위한 ‘방탄용’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고 밝힌 데 이어, 재차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언급한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의 이날 당 대표 출마 선언은 비대위가 자신의 피선거권 문제를 재논의할 여지가 없다고 못박은 상황에서 이뤄졌다. 박 전 위원장 쪽 관계자는 후보 등록 신청 자체가 거부될 가능성이 높은 데도 출마 선언을 강행한 배경에 대해 “민주당이 정무적 판단으로 달리 결정할 수 있음에도 출마를 불허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또 도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전 위원장이 발표했던 혁신안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니 (출마 회견을 통해) 민주당에 하고 싶은 말을 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여전히 재론의 여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신현영 비대위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전 위원장이 후보자 등록 신청서를) 접수처에서 접수하더라도 반려될 가능성이 높다”며 “박지현의 청년정치가 본인만 배려해달라, 본인만 예외해달라는 아집으로 비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은 애초 국회 안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했지만, 당내 의원들의 도움을 얻지 못해 기자회견 직전 국회 정문 앞으로 장소를 급히 옮겼다. 박 전 위원장은 “(의원들이) 처음엔 수락했다가 같이 기자회견에 서야 한다고 하니까 그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 분도 계셨고, 일정상 같이 서줄 수 없다고 하신 분도 계셨다”며 “대놓고 지지하는 것은 어렵지만 마음 속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신 의원도 계셨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