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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불매운동 당한 당 극복…비수도권·40대 당대표 폭발력 보여줄 것”

등록 2022-08-06 07:00수정 2022-08-07 09:45

[한겨레S] 커버스토리
인터뷰ㅣ민주당 당대표 후보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로 출마해 최종후보가 된 강훈식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로 출마해 최종후보가 된 강훈식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더불어민주당 새 지도부를 뽑는 8·28 전당대회 최대 관심사는 당대표 본선 경쟁에 오른 이재명 의원과 ‘97그룹’ 박용진·강훈식 의원의 대결이다. 49살, 강훈식 의원의 당대표 예비경선 컷오프 통과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강 의원 역시 “당 밖에선 저를 눈여겨볼 기회가 없으니 강훈식 쟤가 뭔데? 이런 의문을 가질 것”이라며 “40대, 비수도권 후보인 강훈식이 친 이재명·반 이재명의 논리를 넘어 민주당이 미래로 갈 수 있도록 당 대표가 되는 파란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7월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강 의원을 만났다.

―49살 강훈식 의원을 ‘97그룹’이라 명명하고, 세대교체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제 출마 선언문 첫 장에 저는 97세대지만 세대교체를 주장하려고 여기 서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저는 세대교체에 방점이 있지 않습니다. 86세대와 절연하고 끊어내는 리더십이 아니라 그들의 기여와 토대 위에 새로운 민주당을 쓰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진보의 재구성’을 주창하고 나섰는데요.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지금까지 민주당을 이끌어온 지점, 분명 존재합니다. 그런데 보수 정당이 ‘야당의 시간’ 동안 보수를 재구성한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가 윤석열 대통령도, 이준석 대표도 독재의 후예라고 주장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들이 반민주적 행태를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그 자체와 싸울 게 아니라, 우리도 이제 새로운 진보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 시대 노동자와 연대해야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우리는 모두의 민주당, 모든 국민의 민주당이 되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일하는 정당인지, 준거집단을 상실했어요. 준거집단을 상실하니 연대 대상이 사라졌고, 연대의 대상이 사라졌기에 그걸 대표할 만한 리더나 담아내는 그릇도 부족한 것이죠. 이제 정확하게 민주당이 어디를 대상으로 일할 것인지, 거기에 맞는 내용과 형식은 무엇인지, 그걸 이끌어갈 인물은 누구인지 정하는 것이 제가 말하는 진보 재구성의 핵심입니다. 가령 30년 전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 이것을 쭉 쓰고 있는데 지금 서민이 누구죠? 그땐 청계천에서 미싱(재봉틀) 하는 여공을 서민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플랫폼 노동자, 일용직 이런 분들 아닙니까? 그럼 우리도 거기에 적합한 정책 대안이나 법안을 내고 그들과 연대하고 포용하고, 그들을 우리 당의 한 주축으로 담아가야죠. 이게 우리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인데 지난 5년간 이것을 상실했어요.”

―지난 5년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가 집권했고, 민주당이 여당이었는데 진보의 재구성을 말할 정도로 당이 일탈했다는 건가요?

“일탈이라기보다 모두의 정부가 되려고 했던 것이 주요한 지지 기반 상실과 맞물렸다고 봐야 합니다. 대통령은 한쪽의 대통령을 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하는 건 당위죠. 민주당은 그 안에서도 준거집단을 명확히 하면서 대통령과 호흡도 맞추지만 견제도 해야 하는데, 우리 민주당은 너무 (대통령과) 많은 일체화를 했던 게 사실입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노무현 탓이라고 했던 시절의 경험 때문에 스스로 위축됐고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 당보다 문재인 정부가 더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비판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침묵했습니다.”

―공약하신 주 4.5일제가 눈에 띄는데, 가능할까요?

“민주당이 몸뚱어리 하나로 세상을 살아나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이 돼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주 4.5일제는 중요합니다. 2002년 주 5일제가 논의되고, 본격 도입된 지도 18년 됐어요. 오이시디(OECD) 국가에서 노동시간이 두번째로 많은 나라니까 고민해 봐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새로운 경제의 틀, 체질 개선에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서울에서 4일 근무하고 지방에서 3일 정도 쉬면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일본 자민당이 작년에 주 4일제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충분히 도입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지역 균형발전 어젠다는 사라졌고, 민주당도 수도권 집중을 방치한 것 아닌가요?

“그래서 저 같은 비수도권 당대표가 지금 필요한 거죠(강 의원 지역구는 충남 아산을). 우리 당의 구조 자체가 이미 수도권과 호남의 정당이 됐어요. 이렇게 가면 수권 정당이 되는 건 요원합니다. 제가 새롭고 젊은 수권 정당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수권 정당을 하려면 가장 기본은, 새로운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충청권을 더는 캐스팅보트로 두지 말고 우리 당의 기반으로 만들어야죠. 또 한국 사회 불평등이 가장 심해진 것 중 하나가 지역과 수도권 불평등인데, 그 핵심은 기회의 불평등이에요. 기회를 지방에 내려주고 공간들을 열어줄 때 균형발전이 되는데, 노무현 대통령 때에 비하면 지난 5년은 부족했고 당연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이재명·박용진 한계 확인

―지금 민주당이 극복해야 할 가장 핵심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기본과 상식을 무너뜨린 거죠. 내로남불, 기득권화. 우리가 두번의 큰 선거에서 다 패배한 것도 기본과 상식을 무너뜨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걸 극복하는 쓸모 있는 정당이 되자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97그룹인 박용진 의원과 경쟁해야 하는데, 박용진에 견줘 어떤 경쟁력이 있나요?

“기반도 다르고, 많이 다르죠. 저는 늘 팀플레이에 집중했습니다. 이번에 저를 지지해준 임종석 실장, 김영춘 장관, 조응천 의원…. 이런 분들을 보면 (특징이) 통일이 안 되잖아요. 그런데 이들이 왜 강훈식을 지지할까요?”

―그 비결, 궁금하긴 합니다.

“제가 굳이 박용진이라는 이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같은 세대의 정치인들이 대통령 경선 나가고 최고위원도 나갈 때, 한명의 국회의원으로 뒤에서 그걸 뒷받침하면서 묵묵히 팀플레이를 했던 이가 있었던 거죠. 그게 강훈식이고, 저와 이야기해 보면 말하는 미래가 훨씬 설득력 있다고 판단하셨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계파를 떠나, 세대를 떠나 많은 선배가 네가 한번 당대표에 나가봐라 이야기한 것입니다. 당 밖에선 저를 눈여겨볼 기회가 없으니 강훈식 쟤가 뭔데, 의원들이 저렇게 지지할까? 이런 의문을 가져요. 하지만 잘나가는 제 또래의 정치인과는 다르게 제가 빛나기보다 당이 빛나게 하려고 제가 노력했던 시간, 개인플레이보다는 팀플레이를 했던 그 시간에 대한 선배들의 신뢰가 제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박용진 의원과 저는 매우 큰 차이가 나는 것이죠.”

―대선 때 선거대책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고 이재명 후보를 내세워 ‘정치교체’를 주창했습니다. 왜 지금은 이재명이 아닌 강훈식이 당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까?

“지금 우리 당은 이재명을 버리고 생각할 수도 없지만, 이재명만의 정당이 돼서도 안 되잖아요. 두번째, 우리 당은 변화를 위한 새로운 폭발력을 가져야 합니다. 저를 뺀 나머지 두 분(이재명·박용진)은 이미 대통령 선거 때 본인의 잠재력과 폭발력을 다 보여줬습니다. 저의 잠재력과 폭발력은 아직 국민에게 보여드린 적이 없어요. 제가 (김대중 이후) 민주당 역사에 46년 만에 40대 당대표가 된다면 우리 당의 혁신 동력으로 새로운 폭발력이 생겨요. 또 저로 인해 새 기반을 다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충청에서 연전연패하고 있는데, 제가 당대표가 된다면 민주당이 충청이라는 기반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대통령 후보를 만들 시간입니다.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많은 대통령 후보를 양성해야 하는 시간인데 직전 후보들이 나오면 (새 후보군이)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아요. 지금부터 그 싹을 틔워야 2년 후 총선에서도 그것으로 한고비를 승리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 선거, 경선에 나갔던 분들은 아닌 것 같고요, 제가 적임자입니다.”

제주시 연동 제주문화방송(MBC)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앞서 강훈식, 이재명, 박용진(왼쪽부터) 후보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시 연동 제주문화방송(MBC)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앞서 강훈식, 이재명, 박용진(왼쪽부터) 후보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의원도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게 진짜 책임지는 거라면서 경선에 나왔는데요.

“그건 이재명 후보님 중심으로 사고하신 거죠. 저처럼 당을 중심으로 사고하면 더 많은 대선 주자가 필요합니다.”

―강훈식·박용진 97그룹이 당대표가 될 수 있을까요? 회의적 시각이 많은 것 아닌가요?

“제가 컷오프 통과하기 전에, 당대표 출마자 8명 중 하나일 때는 아무도 신경 안 썼어요. 예비경선을 돌파하는 순간 파란, 이변이라고 말씀하셔요. 그 파란과 이변이 본선 판으로 이어진다면 또 다른 이변을 만들 수 있어요. 우리 당 지지자들이 민주당의 미래는 누구한테 맡길 건지 고민해 볼 것이고, 이미 나와 있는 잠재력과 폭발력으로 새로움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강훈식이 희망이라고 소구되는 순간이 있고, 친명·반명의 논리를 넘어 미래로 갈 수 있고, 민주당이 전체 체질도 바뀔 수 있다는 설렘이 지지자들에게 생긴다면 제가 본선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의도식 단일화, 국민 예의 아니다

―박용진 의원은 97그룹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데?

“여의도식, 구도를 위한 단일화는 국민에게 예의가 아닙니다. 박용진의 비전과 강훈식의 비전이 만나서 폭발력을 가져야 국민도 동의해주실 거라고 봅니다. 제가 유일한 비수도권 후보라고 해서 표를 받았는데 어느 날 그냥 수도권 후보(박 의원 지역구는 서울 강북을)한테 날름 (후보 자리를) 드리면, 저를 찍어준 분들은 뭐가 됩니까? 단순하게 단일화 날짜를 정해놓고 보면 지금 저는 잘 모르는 사람일 거예요. 강훈식 이건 누구야, 약간 이러고 있을 텐데 지금 단일화를 한다고 치면 국민이 볼 때는 좀 납득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요?”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강훈식 의원이 단일화는 없다고 말했다고 하던데, 단일화는 여전히 열려 있나요?

“열려 있어요. 다만 박용진 선배가 자꾸 인지도를 활용해 단일화 프레임으로 (이재명과) 일대일 구도로 몰고 가려는 건 문제죠. 지금 ‘어대명’을 깨려면 확장성이 문제지, 인지도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인지도에선 밀리지만, 확장성에선 우위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불매운동을 당한 거예요. 불매운동 당한 상표를 다시 살리는 것은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 전혀 다른 민주당, 저는 그 시도를 할 수 있죠. 제 얼굴부터 다르다고 돼 있지 않습니까?”

―이른바 열성 지지층 문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일단 열성 지지층이 있다는 분들, 저는 굉장히 부럽습니다. 직접민주주의가 강화·확대되는 것은 시대 흐름이고, 열성 지지층의 정치 참여는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도덕성을 부여할 때가 됐습니다. ‘참여는 당연한 거야’라고 할 게 아니라 집단 따돌림, 좌표 찍기 등 폭력적 행위에 대해서 우리가 엄단할 용기를 내야 합니다. 그것은 주권자로서 역할·범위를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그것을 열성 지지로 안 봅니다.”

―‘중대 범죄 무공천 법제화’를 약속하고, 여야 공동책임으로 실효성을 담보한다고 했는데 과거 박원순·오거돈 시장 성범죄 사건 때 이미 민주당은 당헌에 명시한 무공천 원칙을 뒤집고 재보선에 후보를 냈단 말이예요. 그런데 여야 공동입법이 될까요?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기존에 높은 도덕성을 추구하고 할 것처럼 국민께 약속 해놓고 못했던 우리의 민낯이 있고, 또 하나 이것을 야당으로부터 끌어내지 못한 우리의 무능이 있었어요. 이 두 가지가 다 존재하는 거죠. 이건 사실 여야가 같이 해야죠. 그런데 우리는 하겠다고 해놓고 지키지도 못 했어요. 그래서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두 배가 된 것이지 않습니까. 정당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해야 할텐데 큰 선거니까 그냥 하자, 전당원 투표를 통해 서울시장 내겠다, 이렇게 넘어왔어요. 자꾸 잔수를 쓰잖아요. 제가 당 대표가 되면 그걸 담보하는 제일 좋은 방법인 법제화를 하겠다는 겁니다. 그 다음 안 되면 우리라도 그 도덕성을 지키는 것인데 최악은 도덕성도 못 지키고 이런 말만 계속 떠드는 것이죠. 우리 당이 국민의힘에 이런 압박은 해도 국민들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박용진, 이재명 의원과 달리 이것만은 내가 반드시 할 수 있다는 게 있나요?

“당직 개방입니다. 당직을 과감하게 개방할 것입니다. 당에 새로운 물을 넣어야 하는데 계파의 후보들은 자기 사람으로 당직을 다 채우려 할 겁니다. 저는 다 열겠다. 필요하다면 경쟁도 할 것이고, 전문가도 모셔와 앉힐 것입니다. 민주연구원장, 당 홍보소통위원장, 대변인도 다 오픈해서 외부에 넘기면 됩니다. 저는 그것이 신선한 충격을 가져올 것이고, 민주당이 변했다는 신호로 읽힐 것이라고 봅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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