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전북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박용진 후보, 이재명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28 전당대회 최대 승부처로 꼽힌 호남에서도 70% 후반대 득표율을 기록하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조를 굳혀가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핵심 기반인 호남 투표율이 전국 평균 투표율을 밑돌 정도로 저조해, 이 대표가 당대표에 선출된 이후 당 운영 동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의원은 21일 민주당의 8·28 전당대회 전남·광주지역 순회 경선(권리당원 투표)에서 각각 79.02%, 78.58%를 득표해 박용진 의원(20.98%, 21.42%)을 크게 앞섰다. 박 의원이 지난 20일 자신의 고향인 전북(이재명 76.81% 대 23.19%)에서도 이렇다 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이 의원은 누적 득표율에서도 78.35% 대 21.65%로 승기를 굳혀가고 있다. 오는 27일 발표될 경기·서울 경선에서도 이런 기세가 이어진다면 이 의원은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대표에 선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여년 사이 당대표 경선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거둔 이는 이낙연 전 대표로, 2020년 경선에서 60.77%의 지지를 얻었다.
이처럼 높은 득표율을 얻고 있음에도 이 의원이 마냥 웃을 수 없는 건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의 투표율이 눈에 띌 정도로 저조하기 때문이다. 20∼21일 발표된 호남지역 경선 평균 투표율은 35.49%(전북 34.07%, 전남 37.52%, 광주 34.18%)로, 지난 주말 충청지역 순회경선까지 평균 투표율(37.69%)보다 낮다. 당원 다수가 몰려 있는 호남 투표율이 하락하며 전국 평균 투표율까지 끌어내리는 모양새다.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전국 평균 투표율은 42.74%, 이낙연 전 대표가 출마했던 2020년 전당대회 때도 41.03% 수준이었다.
호남지역의 낮은 투표율을 두고 ‘어대명 현상이 부른 무관심’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강성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판을 움직이면서 당대표 선거는 물론 최고위원 선거도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싹쓸이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합리적 지지층의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며 “(투표 참여가) 큰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대선을 전후해 민주당에 쌓여온 불만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대명 기류까지 나타나면서 민주당에 대한 기대감마저 사라진 것이란 설명도 나온다. 이 의원 등의 ‘셀프 공천’ 논란으로 뜨거웠던 6·1 지방선거 당시 광주가 전국 최저 투표율(37.7%)로 냉담한 민심을 드러냈지만, 민주당이 ‘당헌 개정’ 논란 등을 빚으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자 호남지역 당원들이 아예 투표에 불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후보나 당에 대한 기대가 크면 대세 결정 여부와 상관없이 투표에 참여하며 전당대회를 축제와 잔치로 만드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아예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호남 유권자들의 이런 ‘의도된 무관심’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대표로 당선된다고 해도, 핵심 지지층인 호남지역에서의 낮은 득표율 탓에 위기 상황에서 정통성 시비에 휘말리거나 당 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민주당의 ‘정치 홀대론’ ‘개발 소외론’까지 작동할 경우 지지층 이반이 심화돼 2024년 총선도 쉽지 않아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호남 소외가 깊어질수록 국민의힘이 ‘서진 정책’의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며 “호남 투표율 저조는 민주당의 위기 신호로 대단히 좋지 않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광주/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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