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이 3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위원회 의장직 사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진통 끝에 비상대책위원회 재구성을 결의하고 후속 절차를 서두르고 있지만 당내 반발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비주류의 수습 방안이 ‘윤심’으로 번번이 제압되자 당내 반발과 불만이 쌓이면서 부글거리는 모양새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뒤 수습안으로 거론되던 ‘최고위 복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뜻, 즉 ‘윤심’에 따라 배척되고, ‘비대위 재구성’ 방향으로 정리됐다. 대선 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혔던 윤한홍·이철규 의원, 윤 후보 수행실장이었던 이용 의원이 지난 27일 수습안을 논의하기 위한 2차 의원총회에서 “1차 의총 결과대로 비대위로 전환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자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3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결국 윤핵관 뜻대로 할 거면서 바쁜 정기국회를 앞두고 왜 사람을 5시간씩 의총장에 앉혀놓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 차례 ‘당무 불개입’을 강조했지만 실상은 고비 때마다 ‘윤심’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내부 논쟁을 종결지었다. 친윤계 의원들이 공개발언에 나섰던 지난 27일 의총 중간에는, 윤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만나 ‘선 비대위 구성 뒤 원내대표 사퇴’에 공감했다는 내용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최고위 전환’을 주장했던 안철수 의원은 31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론적으로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책임자이지, 당 운영의 책임자는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다. 안 의원은 “당 내부 문제들에 대해서는 구성원들이 집단지성으로 해결하는 게 정부 운영에 폐를 끼치지 않는 여당의 올바른 자세”라고 말했다.
‘윤심’으로 당내 이견이 봉쇄되는 상황이 이어지자 주요 현안을 국회의원들의 ‘박수로 만장일치’가 아닌 표결로 결정해야 한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두 가지 안(새 비대위 구성과 최고위원회 체제 복귀)을 가지고 온라인으로 의원들이 전원 표결을 해서 숫자를 한번 확인해보자”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가 의총을 통해서 주요 현안을 해결하려고 하는데, 다음번 공천을 위해서 목을 맨 의원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비대위 재구성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절차를 주재해야 하는 서병수 의원은 이날 항의의 뜻으로 전국위원회·상임전국위 의장직을 사퇴했다. 서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내대표를 새로 뽑아) 직무대행으로 가는 게 옳다고 주장했지만, 비대위로 결론이 났다”며 “제 소신과 생각을 지키면서도 당의 지도부가 가는 방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있는 방향을 고심한 끝에 직을 내려놓는 게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서 의원의 의장직 사퇴로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상임전국위·전국위는 윤두현 부의장이 소집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일 상임전국위, 5일 전국위를 열어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해 추석 전인 8일에는 새 비대위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영화(<한산: 용의 출현>) 속 이순신 장군의 대사를 인용해 “의와 불의의 싸움이 되어간다”고 적으며 비대위 재구성 방침을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저들이 넘지 못하는 분노한 당심의 성을 쌓으려고 한다”며 “당원 가입으로 힘을 보태달라”고 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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