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지난 7월7일 오후 국회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가 이준석 전 대표를 추가 징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내 ‘사법기관’ 격인 윤리위가 독립성 훼손을 자초하며 친윤계(친윤석열계)의 뜻에 적극적으로 호응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1일 입장문을 내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 당헌·당규 및 윤리규칙 위반으로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로 민심을 이탈하게 하는 행위 등에 징계할 수 있다”며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촉구한 의원총회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의총을 열어 “이 전 대표의 개고기·양두구육·신군부 발언 등 당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언행에 대해 강력히 규탄·경고하며 추가 징계에 대한 윤리위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다”고 결의했다.
당내에는 윤리위가 오는 28일 예정된 회의에서 성접대 무마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이 전 대표에게 추가 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는, 추가 징계 사유가 발생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전 징계보다 무거운 징계를 내리게 돼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의 당원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 4단계로 돼 있다. 탈당 권유나 제명이 결정되면 이 전 대표는 당에서 완전히 쫓겨나게 된다.
이를 두고 윤리위가 당 주류인 친윤계의 요구에 적극 호응하는 태도를 보이며 스스로 독립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영남 중진 의원은 “친윤계가 나서 초·재선 의원들을 줄 세우기 하고, 윤리위는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다”며 “이러면 윤리위가 어떻게 신뢰를 받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거친 발언이 쏟아질 때는 침묵하던 윤리위가 뒤늦게 친윤계가 주도한 의총 결정 이후에 적극적인 모습을 띠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가 양두구육, 개고기 발언을 한 건 한달도 넘은 일”이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의원들이 징계하라고 한다고 해서 징계하면, 윤리위가 독립성 있는 기관이라고 누가 생각하느냐”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윤리위가 ‘윤심’을 이행하는 돌격대 구실을 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윤리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홍위병으로 전락했다”며 “윤리위는 사실을 근거로 심사하는 곳인데 앞장서서 이런 정치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윤리위는 이날 입장문에서 “초유의 정치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중지를 모으는 과정에서 의원들이 보다 성숙되고 정제된 언어와 표현으로 건전한 정치 토론 문화 형성에 동참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에게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는 친윤계 의원들에게도 가볍게 일침을 놓은 것이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윤리위가 양두구육 같은 사자성어를 문제 삼는다면 윤리위가 대법원보다 위에 있는 기관이 된다”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이 전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이 오는 5일께 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필요한 당헌 개정을 하기 위해 열려는 전국위원회 개최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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