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이준석의 TK구애…“‘배신자 낙인’ 유승민 전철 피하려는 전략”

등록 2022-09-05 16:59수정 2022-09-06 01:25

갓과 도포 쓰고 종친 제사 참여한 사진 올려 ‘TK 적자’ 강조
대구서 기자회견 열고 “대구가 죽비를 들어야 한다” 호소도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4일 경북 칠곡 석담종택에서 갓과 도포를 쓰고 제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 전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4일 경북 칠곡 석담종택에서 갓과 도포를 쓰고 제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 전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이준석 전 대표가 최근 대구·경북(TK) 지역 민심 잡기에 집중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당 안팎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당내 주류인 친윤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그가 보수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 지역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5일 오전 페이스북에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채 제사에 참여한 사진과 함께 ‘어제 종헌관으로 (경북) 칠곡 석담종택에서 불천위 제사에 참여했습니다, 에헴’이라는 글을 올렸다. 석담종택은 조선 시대 공조참의를 지낸 석담 이윤우의 종가로, 이윤우는 이 전 대표와 같은 광주 이씨다.

종헌관은 조선 시대 종묘 제향 때 세 번째 술잔을 올리는 제관을 뜻하고, 불천위 제사는 4대를 넘긴 신주를 땅에 묻지 않고 사당에 영구히 모시며 지내는 제사를 일컫는다.

이 전 대표는 전날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과 당을 향해 “모든 것은 부메랑”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따르는 대구 정치인들을 겨냥해 “대구가 죽비를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법원의 가처분 일부 인용 결정이 난 직후부터 대구·경북 지역에 머물면서 책을 집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대표의 이런 행보는 다분히 전략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지지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 지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자’ 낙인이 찍힌 유승민 전 의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지지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2015년 2월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당선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인”으로 낙인 찍힌 뒤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실제 대구·경북 지역의 민심은 이 전 대표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업체 공정에 의뢰해 지난달 29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대구·경북 지역에서 국민의힘의 정상화 조건에 대한 질문에 ‘이준석은 자숙하고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고 답한 이는 35.6%로 지역별 여론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윤핵관은 자숙하고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는 29.2%였고, ‘이준석과 윤핵관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17.7%였다.

전국적으로는 ‘이준석은 자숙하고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고 답한 이가 22.5%, ‘윤핵관은 자숙하고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는 33.6%였고, ‘이준석과 윤핵관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28.1%인 것에 견줘 유독 대구·경북 지역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당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당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의 행보를 보는 이 지역 출신 의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영남 중진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애초 윤리위 당원권 정지 징계가 결정됐을 때만 해도 ‘이 전 대표는 안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동정 여론이 많았는데, 최근에 윤 대통령과 지나치게 각을 세우면서 ‘도가 지나치다’거나 ‘화합을 해야 하는데 분열의 아이콘이 됐다’는 여론이 더 많이 생겼다”며 “아버님 연고가 대구 쪽에 있으니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하는 행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지만, 이미 여론이 좋지 않아서 유승민 전 대표처럼 배신자로 낙인 찍히고 배척당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초선 의원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구에 집중하면 보수 쪽에서 이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세력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는 건데, 현장 민심은 그렇지 않다. 당내 갈등에 대한 책임을 이 전 대표에게 더 많이 묻고 있다”며 “어제 회견에서 한 갈라치기 발언도 지역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에는 선을 분명히 그은 상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대구에서 한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당 창당과 관련한 질문에 “창당의 영광을 그들(윤핵관)께 남겨두겠다”고 말했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차단당하고 인심도 잃을 대로 잃은 상태인 데다, 바른정당 창당 이후의 힘든 역사에 대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이 전 대표가) 다시 탈당하는 행보를 택하진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어찌 됐든 당내에서 버티면서 지역에 뿌리가 있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TK 적자론’을 얘기하는 동시에 ‘자유’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2030 위주로 이슈 파이팅을 하는 투 트랙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하늘이 보내 주신 대통령”…경호처, 창립행사에 윤석열 헌정곡 합창 1.

“하늘이 보내 주신 대통령”…경호처, 창립행사에 윤석열 헌정곡 합창

김성훈 경호처 차장, 윤석열 체포 뒤 명령 거부 직원들 직무배제 2.

김성훈 경호처 차장, 윤석열 체포 뒤 명령 거부 직원들 직무배제

“지금 경호처엔 충성 사라져”…전두환 시절이 그리운 윤상현 3.

“지금 경호처엔 충성 사라져”…전두환 시절이 그리운 윤상현

이상민 전 장관, ‘윤 탄핵소추안’ 가결 이튿날 퇴직급여 신청 4.

이상민 전 장관, ‘윤 탄핵소추안’ 가결 이튿날 퇴직급여 신청

[단독] “위력 과시하라”…경호처 ‘K1’ 무장경계 윤석열 지시였다 5.

[단독] “위력 과시하라”…경호처 ‘K1’ 무장경계 윤석열 지시였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