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7일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친윤계 좌장 격인 정진석(5선) 국회 부의장을 추인했다. 구인난 끝에 고육지책의 결과가 친윤계 비대위원장이 탓에 윤심이 당에 더욱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정 부의장에게 새 비대위원장을 맡기자고 박수로 추인했다. 정 부의장은 수락 기자회견에서 “지금 비대위원장을 독배라고들 하는데 독배라서 더는 피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집권 여당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현직 국회부의장인 정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것은 ‘구인난’ 때문이었다. 유력 후보였던 주호영 의원은 지난 6일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했다. 이후 비대위원장 지명 권한이 있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박주선 전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설득했다. 박 전 의원마저 거절하자 그는 정 부의장을 ‘삼고초려’했다. 권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원장을 물색할 때 제일 처음 떠오른 인물이 정 부의장이었지만, 고사해서 외부(인사)로 방향을 돌렸다. 그런데 그가 ‘잘 모르는 당에 와 비대위원장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완강하게 고사했다”며 “제가 세 번이나 정 부의장 방을 찾아가 설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정진석 비대위원장 카드에 대한 실망감이 상당하다. 돌고돌아 친윤 비대위원장으로 귀결된 탓이다. 충청권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당을 바꾸고 쇄신하는 노력이 외부에서 전혀 안 느껴지지 않겠나”이라며 “(친윤계·윤핵관이) 계속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친윤계가) 당은 장악해야 하는데 사람은 없고. 그래서 급하니까 윤핵관과 공신 중에서 돌려막기 하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충청 초선 의원도 “정 부의장은 본인 색을 드러낼 사람이 아니다. 결국 누군가의 의중이 실리는 대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정 부의장은 이준석 전 대표와 문자 설전을 벌인 탓에 이 전 대표 포용은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이란 말도 나온다. 두 사람은 “1년 내내 흔들어놓고 무슨 싸가지를 논하냐”(이 전 대표),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한다”(정 부의장)는 문자를 주고받았다. 충청 초선 의원은 “이 전 대표를 끌어안으려는 메시지도 이젠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정 부의장은 “(이 전 대표와 만날) 계획이 잡혀 있지 않지만, 누구라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무력감을 표시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았다.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에 이준석 전 대표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언급하며 “관리형이거나 무효형 비대위원장이 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당은 현직 국회 부의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한 탓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겸직을 공격한 것도 머쓱해졌다. 이를 의식한 듯 정 부의장은 “부의장 임기가 12월31일까지인데 당내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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