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주요 당직자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발표한 비대위원에 친윤계(친윤석열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아들의 사적 채용 의혹이 불거진 주기환 전 대검 수사관은 임명 90분 만에 물러나기도 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6명의 임명직 비대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원내에서는 3선 김상훈(59), 재선 정점식(57) 의원이, 원외에서는 광주시장 후보였던 주기환(62) 전 수사관과 김행(63) 전 청와대 대변인, 김종혁(59) 혁신위 대변인, 김병민(40) 당협위원장이 포함됐다.
명단 발표 직후 당내에서는 친윤계 좌장인 정진석 비대위의 친윤계 색채가 더 짙어졌다는 말이 나왔다. 정점식 의원은 1994년 대구 지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초임 검사 생활을 함께했다. 이후 두 사람은 일년에 한차례 정도 만남을 이어왔으며, 최근에도 통화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에 관련되어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주기환 전 수사관도 윤 대통령의 검찰 인맥으로 분류된다. 그는 2003년 광주지검에서 근무할 때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지난 7월 아들이 대통령실 6급으로 근무 중인 사실이 드러나 사적 채용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주 전 수사관은 논란이 재점화하는 데 부담을 느낀 탓인지, 인사 발표 90분 만에 사의를 표시했다. 정진석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처음에 내가 제의할 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서 발표한 것인데, 갑자기 지역(광주)에서 할 일이 좀 많고, 왔다 갔다 하기 뭐하고 그래서 고사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인선이 13일 발표됐다. 사진 위 왼쪽부터 전주혜 의원, 김병민 광진갑 당협위원장, 김종혁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 사진 아래 왼쪽부터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 김상훈 의원, 정점식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호남 몫 비대위원으로 임명한 주기환 전 수사관 대신 광주 출신인 전주혜 의원을 임명했다. 하지만 전 의원 역시 윤석열 대선 후보 선대위 대변인을 지냈다. 한 영남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누가 봐도 이번 비대위는 ‘윤석열 그림자 비대위’”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문화방송>(MBC)에 “1열 비대위원이 쓰러지니까 2열 비대위원으로 가는 것이다. 물러나면 (뒤에서) 기관총을 쏜다”며 윤 대통령과 친윤계를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힘 안에서는 오는 19일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주호영 추대론’과 자유 경선론이 엇갈린다. 친윤계가 주축인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정기국회 상황에서는 경험이 풍부하고 안정감 있는 5선의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을 원내대표로 추대하자’는 기류가 적지 않다. 그러나 출마 희망자들이 다수 포진한 3선 이상 중진들 사이에서는 경선 의견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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