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태양광 발전 활성화 등 전기산업 발전·기반조성을 위해 진행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의 전반적인 부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농지 용도 변경을 피하고자 태양광발전시설 아래 만들어 놓은 가짜 버섯 재배 농장에 잡초가 무성한 모습. 국무조정실 제공
국무조정실(국조실)이 문재인 정부 시절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사업 과정에서 2616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 및 보조금 부당 집행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표본으로 한 조사에서 부정이 드러난 만큼 정부는 조사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조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226개 지자체 중 12곳과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위법·부당사례 2267건을 적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이란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발전소 주변지역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국무조정실은 2019년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금융지원과 보조금 실태를 점검했다.
점검 결과, 공사비를 부풀려서 실제 사업비보다 많은 대출을 받거나 공사 자체가 없는데도 거짓 세금계산서를 꾸며 돈을 빌린 뒤 계산서를 취소시키는 사례 99건이 적발됐다. 농지에는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없지만 버섯 재배나 곤충 사육 시설에는 예외라는 점을 악용해, 가짜 시설을 지은 뒤 대출금을 받은 사례도 20건이었다.
지자체가 정부 보조금을 위법·부당하게 집행한 사례는 모두 845건이었다. 한 지자체는 30억원 규모의 도로·수리시설 정비공사를 203건으로 쪼개서 수의계약을 했고, 이로 인해 약 4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또 특정업체 장비를 구입하는 등 특혜가 의심스러운 사례도 있었다고 국조실은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승인없이 지자체가 보조금을 전용해 지역 마을회관 건립에 사용(약 4억원)한 사례도 있었다. 40억원 상당의 한국전기안전공사 장비 구매 입찰 과정에 참여한 몇몇 업체는 들러리를 동원해 짬짜미를 하기도 했다. 발전시설을 설치하면서 무등록업체와 계약하거나 하도급 규정을 위반한 사례는 1129건이었다.
방문규 국조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재생에너지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다 보니 탄탄하게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이 말단에서 집행되는 과정에서 부실 집행 사례가 대규모 확인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부당 집행된 보조금과 대출금을 환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업계에서는 위법·부당 대출을 태양광 사업 비리로 몰아가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는 노력은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 재생에너지 산업과 시장을 위축시키면 아르이(RE)100 대응, 수출 경쟁력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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