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8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5박7일 해외 순방을 위해 출국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878억원 규모의 영빈관 신축 사실이 드러난 지 하루 만에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전면 백지화’된 일을 계기로, 대통령실의 업무 방식과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무리하게 이전한 데 따른 추가 비용 발생과 혼선이 이어지지만, 대통령실은 영빈관 신축 백지화 결정을 윤 대통령의 ‘용단’으로 포장할 뿐, 근본 원인에 대한 설명이나 사과에는 소극적이다.
대통령실이 옛 청와대 영빈관을 대체할 새 시설에 관한 입장을 뒤집은 건 불과 6시간 만이다. 영빈관 신축에 800억원대의 예산이 편성된 데 비판이 잇따르자,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국익을 높이고 국격에 걸맞게 내외빈을 영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당선자 시절 용산으로의 집무실 이전 비용을 496억원(예비비)으로 못박은 지 6개월 만에 ‘국익’을 이유로 말을 바꾼 셈이었다. 하지만 비판이 계속되자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영빈관 신축 전면 철회’를 지시했고, 김은혜 홍보수석은 저녁 8시30분께 “즉시 예산안을 거둬들여 국민께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공개했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는데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히 반대해 국회에서 예산안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황급히 거둬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갈수록 늘어나는 집무실 이전 비용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진솔한 해명은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용산 이전 비용 문제와 관련해 ‘부실 해명’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집무실 이전에 따른 비용으로 국방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의 올해 2분기 예산 306억9500만원을 끌어다 쓴 사실이 드러나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1일 “관계 부처가 자율에 따라 집행하는 비용으로 (직접적인) 이사 비용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부대비용’으로 구분하며 비판을 회피하려 한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부)는 “앞서 내놓은 대통령실의 ‘이전 비용이 아니다’라는 해명은 궁색한 것이고, 일반 상식에 맞지 않는 표현”이라며 “국민 반대 여론을 겸허히 수용해 대통령이 결정을 바꾼 경위 등을 상세히 설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취임 뒤 불거진 각종 의혹에도 국민 눈높이와는 거리 있는 대응을 보여왔다.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부인 ㄱ씨가 윤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출장에 동행해 ‘민간인 수행’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대통령실은 “ㄱ씨는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모든 행정적 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내부에서도 ㄱ씨 동행이 부적절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윤 대통령 취임식(5월10일) 초청 명단 관련해서도 대통령실은 “명단이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가 “일부 남아 있다”고 하는 등 임기응변 태도를 보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현재 대통령실의 해명을 보면 급하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포장으로 느껴진다”며 “영빈관 신축 문제도 대통령실 이전 때부터 애초 필요한 건물들의 신축 쟁점을 한꺼번에 공개했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닌 입장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대통령실의 정무·기획 쪽이 약한 데서 드러나는 문제”라고 짚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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