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법원 결정으로 ‘이준석 리스크’를 털어낸 국민의힘에서 당권 경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예비 당권주자들은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다른 후보들과 신경전을 벌이며 내년 2월께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레이스를 시작했다.
일찌감치 당대표 도전 의사를 공식화한 김기현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국회의원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강성 개딸 팬덤에 기대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더욱 드세게 딴지 걸기를 계속해댈 것”이라며 “우리 당도 하루빨리 당 지도체제를 정상화시켜 단단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야 공세를 통해 선명성을 드러내고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조경태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각종 비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를 겨냥해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를 제안했다.
원외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9일, 차기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7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당권 도전을 가시화했다. 유 전 의원은 “전통 보수 지지층이 밀집해 있는 대구·경북(TK) 거주 응답자 사이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는 기사 내용도 그대로 인용했다. 그는 또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친일 국방’ 발언을 비판하며 “제발 국가안보에 대해 공부 좀 하라”고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유 전 의원이 자신의 ‘보수 적자’ 정체성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 실정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개혁보수 세력을 규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 전 의원 쪽은 <한겨레>에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있는 그대로 봐달라”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원외 후보군인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생각도 안 하고 있다”면서도 “일정도 안 잡혔다. 좀 보자”며 여지를 남겼다. 그는 페이스북에 “유승민 전 의원이 공유한 여론조사가 흥미롭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국힘 지지층 7주 연속 1등은 나”라며 견제구를 던졌다. ‘당심’에서의 우위를 부각하는 동시에 유 전 의원의 지지율 1위가 야권 지지층의 역선택 결과라는 주장이다.
‘윤석열 정부의 연대 보증인’을 자임한 안철수 의원도 자신의 ‘중도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9일 <엠비엔>(MBN) 인터뷰에서 “(2024년 국회의원) 선거의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중도”라며 “지금 현역 정치인 중에 저만큼 (중도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또 유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경기지사 경선 패배를 거론하며 “당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유 전 의원) 본인도 알고 있다”고 직격했다. 안 의원의 전대 행보에 속도가 붙자 김기현 의원은 “차기 당대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2024년 총선을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면서 당권·대권 분리론을 주장하며 안 의원을 견제했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의 출마설도 나온다. 권 의원 쪽은 “지금 시점에서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친윤석열계의 한 의원은 “권 의원도 전당대회에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권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유일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후보’가 된다.
당권 주자들은 당장 국정감사 이후 진행될 당원협의회 67곳 재정비를 놓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당협위원장은 당심 확보를 위한 교두보가 되기 때문에 당협위원장 심사 과정에서부터 당권 주자들의 쟁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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