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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위법 감사’ 논란 감사원, 서훈·박지원·서욱 등 20명 수사 요청

등록 2022-10-13 22:00수정 2022-10-14 02:43

서해 사건 감사 발표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혐의
월북몰이·증거은폐 등 결론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공무원 이대준씨 피살 사건의 처리 과정을 감사해 온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월북몰이’를 했다고 단정하고 관련자를 무더기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은 13일 문재인 정부 당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처리와 관련해 국가안보실, 국방부, 통일부, 국가정보원, 해양경찰청 등 5개 기관의 20명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수사 대상자에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안보라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의 지휘 아래 해양경찰청이 증거를 은폐하고 실험 결과를 왜곡해 공무원 이대준씨의 월북을 단정했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6월16일 국방부와 해경이 문재인 정부 때 발표한 내용과 달리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 결론을 번복한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감사에 착수하면서 표적 감사 논란이 일었다. 이어 감사원 내부에서 감사위원회 의결을 건너 뛰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위법 감사’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에 주파수를 맞추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만들어낸 청부 감사”라며 반발했다.

감사원 ‘조직적 월북몰이’와 ‘증거 은폐’ 판단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국가안보실의 주도로 이씨의 월북을 단정하고 이에 어긋나는 증거는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의 감사 내용을 보면, 2020년 9월23일 새벽 1시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씨가 북에 월북 의사를 나타냈다는 첩보가 공유됐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안보실이 ‘자진 월북’을 뼈대로 하는 종합분석 결과 작성을 국방부에 지시하고 이때부터 이씨의 월북이 굳어졌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는 이씨의 월북 근거로 △혼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폐회로텔레비전 사각지대에서 슬리퍼가 발견됐으며 △발견 당시 소형 부유물에 의지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감사원은 △당시 해경 조사에서 구명조끼 수량에 이상이 없었고 △폐회로텔레비전은 고장난 상태인 데다 슬리퍼 소유자도 확인되지 않았으며 △국방부 자료에는 폐회로텔레비전 사각지대가 있다는 내용이 없고 △어업지도선에서 부유물로 쓸 수 있는 물체가 분실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을 당시 국방부와 해경이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대북 감청으로 확인된 이씨의 ‘월북 의사 표명’에 대해 감사원은 “긴급한 구호 희망, 안도감 및 안전 확보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봤다.

이씨가 입은 구명조끼에 한자가 쓰여있었다는 사실에도 감사원은 주목했다. 국산 구명조끼가 아닐 가능성이 있지만 이런 정황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2020년 9월28일 이씨가 입었던 구명조끼에 한자가 쓰여있다는 국방부의 자료를 보고받은 해경청장이 “나는 안 본 걸로 할게”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해경 관계자의 진술도 보도자료에 명시했다. 또 국방부가 감청자료를 근거로 이씨가 월북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뒤 안보실은 “자진 월북으로 일관되게 대응하도록 방침(을) 제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씨의 월북 근거로 제시됐던 각종 실험도 ‘월북몰이’에 활용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인체모형인 더미를 이용한 4개 기관의 표류예측 결과에서 이씨의 이동경로 및 발견지점과 차이를 보인 3개 기관 결과는 제외하고 ‘월북’을 뒷받침할 수 있는 1곳의 결과만 발표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해경이 공개한 범죄심리전문가의 월북 결론도 조작됐다고 판단했다. 범죄심리전문가 7명에게 이씨에 대한 부정적 정보만 전화로 제공하고 7명 중 2명에게서만 월북 가능성을 회신 받았지만 해경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짜깁기해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를 위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씨가 꽃게 구매대금을 도박자금으로 탕진했다”는 개인적 월북 동기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또 이씨의 월북 첩보가 공유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던 2020년 9월23일 새벽에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밈스(MIMS·군사정보체계)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60건)가 삭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밈스 운용을 담당하던 실무자가 퇴근했음에도 새벽에 다시 사무실로 나오게 해 삭제”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애초 북한군이 이씨의 주검을 소각했다고 밝혔지만 안보실 방침에 따라 불확실하다거나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답변하는 등 공식 입장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위기관리 컨트롤타워 작동 안해”

감사원은 “국가안보실의 국가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사건 초기부터 초동 대처에 문제가 많았다고 밝혔다.

2020년 9월22일 오후 7시18분께 안보실은 북한 해역에서 이씨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국방부로부터 전달받고도 주관부처인 통일부는 제외한 채 해경 등에만 상황을 전파했고, 대응방향 결정 등을 위한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또 “9월22일 오후 6시36분께 안보실은 청와대 내부보고망을 통해 당시까지 파악된 상황 등을 작성한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상신(서면)한 후 아직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안보실장 등 주요 간부들은 오후 7시30분께에 퇴근”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에 이씨가 억류된 경우를 대비해 군사작전을 검토해야 했지만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대응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해경은 안보실·국정원으로부터 이씨의 발견 정황을 전달받고도 안보실이 “정보가 보안사항”이라고 하자 수색에 필요한 추가 정보를 더 이상 확인하지 않은 채 구조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의 조사 결과다. 이씨 실종이 포착된 당일 통일부 담당 과장은 “장관의 만찬 일정을 알고 보고하지 않았다” “차관과 통화가 되지 않았다”고 감사원에서 진술했고, 그날 밤 10시30분에 퇴근했다고 한다.

감사원의 이번 발표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두어 차례 등장한다. 2020년 9월23일 새벽에 이씨의 피살 사실이 포착됐지만 그날 아침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가안보일일상황보고서’에는 이씨 피살과 소각 사실이 담기지 않았다고 한다. 이어 문 대통령은 2020년 9월27일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방부의 시신 소각 발표가 너무 단정적이었으며 시신 소각과 관련해 국방부 장관에게 재분석하라고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의 수사 요청에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어떻게든 끌어들이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번 감사의 최종 목표가 어디인지 분명히 드러났다”며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한 표적 감사에 맞서 국민과 함께 더욱더 가열차게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철저한 수사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고, 고인과 유가족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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