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왼쪽)과 <문화방송>(MBC) 기자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언쟁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동남아 순방길에 <문화방송>(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배제 조처를 내린 이유에 대해 18일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인 행태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현장에 있던 문화방송 기자가 “무엇이 악의적이었냐”고 묻자, 대통령실 비서관이 맞받아치며 설전까지 벌어졌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후 “무엇이 악의적이냐”는 질문에 답하겠다며 서면자료를 내어 10가지 이유를 밝히기까지 했다. 대통령실과 문화방송 사이의 갈등 양상은 극에 달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문화방송의 동남아 순방 전용기 탑승 배제 결정과 관련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하는 악의적인 행태”때문이었다며 “대통령의 헌법수호와 책임의 일환으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18일 오전 도어스테핑 도중 발언과 관련해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오른쪽)과 <문화방송>(MBC) 취재진이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 비서관이 사진취재를 하지 말아달라며 손으로 가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문화방송 기자가 이에 “엠비시가 뭘 악의적이라고 했다는 거냐”고 추가 질문했지만, 윤 대통령은 답변하지 않고 집무실로 올라가버렸다.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이 이후 문화방송 기자를 향해 “들어가시는 분한테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설전이 벌어졌다. 문화방송 기자는 “질문도 못하냐”고 반발했고, 이 비서관은 또다시 “말씀하시고 끝났잖아”라고 반말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비서관은 이후에도 “말꼬리 잡지 말라” “보도를 잘 하라”고 지적했고, 문화방송 기자는 “출근길 문답에 개입하지 말라”고 반박하며 고성을 주고 받았다.
설전 이후, 대통령실은 “오늘 오전 대통령 도어스테핑 당시 ‘무엇이 악의적이냐’는 문화방송 기자 질문에 대해 답하겠다”며 이재명 부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 자료를 내어 문화방송을 공개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이 자료에서 “음성 전문가도 확인하기 힘든 말을 자막으로 만들어 무한 반복했고,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 국회 앞에 미국이란 말을 괄호 안에 넣어 미 의회를 향해 비속어를 쓴 것처럼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 방송을 했다”고 주장하는 등 비속어 발언 보도와 김건희 여사의 ‘논문표절 의혹’을 다룬 ‘피디(PD) 수첩’이 김 여사의 대역을 쓰고도 대역 표시조차 하지 않은 점 등 10가지 이유를 들었다.
이 부대변인은 “문화방송의 가짜뉴스는 끝이 없다”며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지 공영방송으로서 성찰하기보다 ‘뭐가 악의적이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바로 이게 악의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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