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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안철수 “줏대없는 당대표 안돼”…김기현 “당과 대통령은 부부관계”

등록 2023-02-13 19:14수정 2023-02-14 02:44

국민의힘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
국민의힘 김기현·천하람·안철수·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민의힘 김기현·천하람·안철수·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민의힘이 13일 제주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당대회 레이스에 돌입했다. 본경선에 오른 16명의 후보(당대표 4명, 최고위원 8명, 청년최고위원 4명)는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강조하고 지역 현안을 파고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당대표 후보 중 처음으로 연설에 나선 안철수 후보는 “줏대 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당대표, 힘 빌려 줄 세우기 시키고, 혼자 힘으로 설 수 없는 당대표, 이런 당대표로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김기현 후보를 겨냥했다.

김 후보가 거론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론’도 거듭 비판했다. 안 후보는 “당대표 후보가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는 정신 상태라면, 이런 실수를 반복한다면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제 저는 건강한 보수주의자로서 국민의힘에 완전히,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며 윤핵관의 색깔론 공격에도 방어막을 쳤다.

김기현 후보는 “대통령과 손발이 맞는 힘있는 대표가 되어야 일을 제대로 할 것 아닌가”라며 윤 대통령의 ‘낙점’을 받은 자신의 비교우위를 강조했다. 김 후보는 “여당과 대통령은 공정 협의를 해야 하는 부부관계이지 따로 떼어놓고 사는 별거하는 관계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또 “몇달 전까지만 해도 당내 지도부와의 불협화음이 생겨서 난리법석이 나고 지지율이 폭락하지 않았나”라며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넘어지지 않는다. 정통보수의 뿌리를 지금까지 지켜온 사람, 김기현이 되어야 당이 안정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준석 체제’ 이후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선 다른 당 출신 안 후보가 아닌 본인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교안 후보는 도덕성과 정체성을 거론하며 경쟁 후보를 두루 공격했다. 황 후보는 김 후보의 울산 케이티엑스 역세권 의혹을 제기하며 “보수는 깨끗해야 한다. 제대로 해명해야 한다. 만약 잘못되면 이재명처럼 되는 것”이라고 했고 안 후보를 향해서는 “정체성이 불분명한 뻐꾸기 후보”라고 깎아내렸다. 천하람 후보에 대해선 “김대중 전 대통령을 큰 정치인으로 치켜세웠다”며 “우리 당의 정체성과는 차이가 크게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천하람 후보는 경쟁 후보를 공격하는 대신 제주도 도시가스 보급 확대 등 지역밀착형 공약을 선보였다. 천 후보는 난방비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보수는 허황한 말로 국민을 속이지 않는다” “때로는 조금 인기 없는 정책을 추진하지만 언제나 책임있는 변화를 사명으로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태영호(왼쪽부터)·정미경·김재원·김병민·허은아·김용태·민영삼·조수진 최고위원 후보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국민의힘 태영호(왼쪽부터)·정미경·김재원·김병민·허은아·김용태·민영삼·조수진 최고위원 후보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최고위원 후보들의 연설도 친윤·비윤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친윤계’로 꼽히는 김병민 후보는 “대통령님 마음을 허투루 듣지 않고 제주의 발전을 위해 튼튼한 당정 관계를 끌고 갈 적임자가 바로 저”라고 강조했다. 청년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장예찬 후보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당정분리는 정치를 모르는 철부지들의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확실한 당정일체’를 강조했다. 반면 친이준석계 후보들은 제주 택배비 문제 해결(이기인), 렌터카 접근성 개선(허은아),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김용태) 등 지역 공약을 내세웠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과정에 대한 책임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용태 후보는 “이 자리에 후보라며 나와 계신 지난 지도부의 몇몇 최고위원들은 권력과 야합해 당원과 국민이 만들어준 최고위원직을 버리고 떠났다”며 지난해 최고위원 사퇴로 이준석 전 대표를 축출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계기를 만든 김재원·조수진 후보를 겨냥했다. 이에 조수진 후보는 연설 뒤 기자들과 만나 “(징계를 받은 뒤 사과하지 않은 이준석) 당대표로 인해서, 따로 (최고위원 경선에서) 선택을 받은 최고위원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것”이라며 “최고위원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사유가 당대표로 인해서 발생했기 때문에 당시 최고위원들은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이날 합동연설회장 600석은 연설회 시작 30분 전 이미 자리가 꽉 들어찼다. 제주도당 추산 약 800명의 당원이 연설회장 안팎에 모였고 몇몇 지지자들은 북과 꽹과리, 징을 치며 지지 후보의 이름을 외쳤다. 분위기가 과열되기도 했다. 안 후보 연설 중간에 일부 당원들은 “김기현” 이름을 연호했고, 사회자는 “지지하는 후보가 있더라도 연설 때만큼은 다른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지 않는 성숙한 당원이 되면 좋겠다”고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제주/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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