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달 2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일 나경원 전 의원이 전날 대구에서 김기현 후보 지지연설을 한 것을 두고 “나 전 의원이 과연 정말 (김 후보가) 진심으로 그렇게 이기길 바라서 연대를 했겠느냐”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나 전 의원은) 집단 린치를 당하고 강제로 전당대회에서 퇴출당했다. 나 전 의원의 지지자들, 진심으로 좋아하는 분들은 지금 분노하고 있다”며 “어제도 표정을 보면 억지로 끌고 나온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전날 대구에서 열린 청년당원들의 김 후보 지지선언 행사에서 김 후보의 지지연설을 했다.
안 후보는 또 “윤상현 의원 같은 경우도 본인은 연대하지 않겠다고 중립을 지켰는데도 (김 후보가) 계속 팔고 있다”며 “도대체 이건 뭐 좀 속어이기는 하지만, ‘공갈연대’라는 말도 쓴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윤상현 의원으로부터 공식 지지를 받았다고 선언했지만, 윤 의원이 언론을 통해 이를 부인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안 후보는 “지금까지 우리는 선거에서 공천파동 때문에 졌다”며 “지금 보면 누가 신세진 후보인지 뻔하지 않냐. 계속 이렇게 여러 사람과 연대하는 방식으로 김 후보가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 공천 파동의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김 후보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자신이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3년 전 대구 코로나 때 목숨을 걸고 봉사했고, 정치하기 전이지만 제 재산 절반을 기부했다”며 “그러나 김 후보는 기부한 게 아니라 오히려 땅 투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울산땅 케이티엑스(KTX) 시세차익 의혹’을 언급하며 거듭 자신의 도덕성을 강조한 것이다. 안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다음 총선은 틀림없이 이재명 대표가 치르지 못하고 좀 더 혁신적이고 도덕적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치를 것”이라고 “김 후보가 대표가 된다면 그 사람들을 이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안 후보는 3·8 전당대회를 둘러싼 “대통령실의 부당한 개입”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면서도 대통령실에 맞서지 않는 이유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안 후보는 이날 ‘나는 왜 대통령실 발언에 맞서지 않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제가 대통령실의 부당한 개입에 맞서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라며 “당원들이 대통령과 당 대표와 갈등 빚는 것을 우려하는 것을 잘 알고, 민주당의 대선 불복, 사법 불복과 싸우는 상황에서 당 내분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후보는 “대통령실·비대위·선관위 모두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저만의 피해의식이겠냐”며 “제 편을 들지 않는다고 서운한 것이 아니다. 모두가 총선 승리보다 전당대회 승리만 생각하는 모습이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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