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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반발만 키운 윤 대통령 역사인식…대일외교 속도전 ‘수렁’

등록 2023-03-02 21:26수정 2023-03-03 15:31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보훈부 승격과 재외동포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공포안 서명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보훈부 승격과 재외동포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공포안 서명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고 규정하면서 거센 반발 여론에 직면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집권 2년차 최대 외교과제로 설정하고 일본 정부의 호응을 기대했지만, 강제동원 등 과거사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아 명분은 물론 실리도 챙기지 못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규정하면서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안보·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한-일 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이 (어제 연설의) 핵심”이라며 논란을 진화하려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두 나라에 두 세력이 있는 것 같다.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세력, 반일 감정과 혐한 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라며 “어느 쪽이 국가 이익을 위해 고민하는 세력인지 현명한 국민이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역사관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쪽에 도리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공격하며 ‘갈라치기’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일 외교 1차 목표점을 ‘정상 셔틀외교 복원’으로 설정했다. 한·미·일 3국 협력으로 경제·안보 블록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외교정책에 적극 호응한 것이었다. 오는 4월 개최를 희망하는 한-미 정상회담 전, 일본과의 강제동원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윤 대통령의 뜻이 3·1절 기념사에 투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미국의 기대에도 부합한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매우 지지한다”고 했고, 미국 백악관 고위 관리도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매우 감명받았다. 정치적 용기를 발휘했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정부의 강제동원 문제 해결 협상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한 외교 소식통은 <한겨레>에 “일본 정부가 미쓰비시중공업 등 피고 기업은 피해 보상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으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일본 전범 기업이 참여하지 않는 ‘제3자 변제’ 방식으로는 국내 여론을 설득하기가 어려우며, 이를 관철하려는 윤 대통령의 ‘속도전’은 국내 반발 여론을 폭발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전 국사편찬위원장)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부딪치는 한반도 상황에서 진영을 뛰어넘어 우리 이익을 도모하는 지혜로운 처신이 갈급하다. 진영의 틀에 갇힌 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조성렬 전 오사카 총영사도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과거와 미래를 선후의 문제로 봤지 분리하지 않았다. 한-일 관계에서 불가분인 역사 문제와 당면 현안을 분리하려는 대통령실 인식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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