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석해 어퍼컷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 1년. ‘검찰’은 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의 뼈대이자 대한민국의 국정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열쇳말이 됐다. 권력·사정 기관을 비롯해 국정 전반에 걸쳐 검찰 출신 인사가 요직에 배치됐고, 조정과 타협 대신 상명하복이라는 ‘검찰 문화’도 빠르게 확산했다.
윤 대통령의 검찰 인사 중용은 “좋아, 빠르게 가”라는 대선 구호처럼 거침없었다. 그는 취임 일주일 만에 복심으로 불린 한동훈 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에 전격 기용했다. 야당은 타협을 포기했다며 반발했으나 윤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돼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은 이시원 전 검사를 공직기강비서관에 기용한 것을 필두로,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등 검찰 출신 측근으로 채웠다. 정부 요직에도 검찰 출신을 기용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완규 법제처장, 박성근 총리비서실장,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등이 모두 검사 출신이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윤 대통령은 할 수 있다면 주요 자리들을 검사 출신들에게 맡기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임 정부에서 ‘권한 분리’의 대상이던 검찰은, 권한을 다시 키워 윤 대통령 통치의 핵심 기관으로 전면에 나섰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입법으로 부패·경제 범죄에 한정된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직권남용, 조세 등으로 확대했다. 수사준칙을 개정해, 재수사 요청 범위를 넓혀 경찰 수사에 개입할 권한도 키웠다. 법무부 탈검찰화 또한 과거로 되돌려, 김석우 법무실장 등 주요 보직에 검사 출신을 임명했다.
검찰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북한 어민 북송 사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을 빌미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고, 대장동·성남에프시(FC) 의혹 등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관련된 ‘대장동 50억 클럽’ 수사에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조차 철저 수사를 촉구할 정도로 소극적이다.
늘어난 검찰 인사는 국정 전반에 ‘상명하복’, ‘일사불란’ 등의 ‘검찰 문화’로 번졌다. 금융권에서는 관치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윤 대통령이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하자,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은행권 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검토하라”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행보는 금융 기관을 검사·감독하는 금감원 본연의 업무 범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노동정책에는 노조에만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관성이 작동한다. 윤 대통령은 일부 강성 노조를 ‘기득권 카르텔’이라고, 건설 현장의 폭력을 ‘건폭’으로 규정하고 엄단을 강조했다. 왜곡된 관행을 낳은 구조를 개선하기보다 ‘수사와 처벌’이라는 검찰식 해법을 곧장 들이대는 것이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수직적 검찰 스타일은 여당, 야당과 관계에서도 나타났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여당 위에 군림하려 하는 모습이, 이준석 전 대표 퇴출이나 3·8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무 개입 논란으로 나타났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해도 너무한다는 정서가 당에 상당하다”고 말했다.
대야 관계도 ‘검사 대 범법자’의 시각이 작동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당선 뒤 단 한 차례도 정식 회동을 하지 않았다. 열달 사이 여야 간 타협은 실종됐고,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 제출과 윤 대통령의 수용 거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라는 극한 대립이 이어졌다. 대통령실과 여당 핵심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이 범법자(이 대표)와 왜 만나느냐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한다.
대통령의 검찰 중심의 통치와 검찰식 사고방식은 문제 해결보다 갈등을 키운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측근끼리 국정을 운영하니까 견제가 되겠냐”고 했다. 그는 “더 우려되는 건, 문제가 생기면 수사하고 압수수색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반발하는 의원들은 곧바로 제압하려 하지 않냐”며 “정치는 수사하듯이 풀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검찰을 운영하던 식으로 정권을 운영한다. 검찰 조직의 특성이 상명하복 아니냐”며 “윤 대통령의 정치는 정당 정치가 아니라 검찰 정치다”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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