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에 군사 지원을 할 경우 국회 승인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안 개정안이 발의됐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조건부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자,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군사·무기 지원 등이 국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국회의 견제·감시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이런 내용의 군수품관리법 개정안과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두 법안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같은당 의원 2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
김병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이) 군사적 지원과 같은 민감한 사안을 국민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북한 위협에 대한 우리나라의 안보 공백이 발생하고 국제관계의 위험천만한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며 “외교에 대한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우리나라가 분쟁에 휘말려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대규모 민간인 공격이나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 등 만약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우리가 인도주의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비살상 군수물자 지원과 인도적 지원은 하되 살상무기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던 것과 달리, 윤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한 것이다.
군수품관리법 개정안에는 국방부 장관은 국제적 분쟁이 발생해 전쟁 중이거나 내전이 발생한 지역에 인명을 살상하는 전투 장비와 탄약 등을 대여·양도할 때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에서 동의한 동맹국과 국외 파병 국가는 국회 동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방위사업법 개정안에는 방위사업청장은 분쟁지역에 무기를 수출할 경우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두 법안 모두 대통령이 긴급명령을 발령해 전투 장비, 탄약 대여·양도·수출을 먼저 승인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다만 긴급명령 발령 이후 30일 안에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고, 부결 땐 관련 조처가 중지돼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김 의원은 “대통령의 긴급명령 발령 관련해 국회 사후 동의를 받게 하는 조항을 마련해 급박한 상황에 대비하게 했다”며 “두 법안을 꼭 통과시켜 분쟁지역 군사 지원에 대한 국회 승인을 의무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들 두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이날 <한겨레>에 “오는 27일 열릴 의원총회에서 두 법안을 당론 법안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논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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