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4일 발표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는 최근 3년간 1만2천여개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된 정부 보조금 6조8천억원 가운데 현재까지 확인된 1865건, 314억원의 부정·비리 사용 내용을 확인한 것이다. 보조금 부정 사용의 주요 유형으론 △횡령, 사적 사용 △거래업체의 리베이트 수령 △가족·임원 등 내부거래 △서류 조작 등 부정 수급 등이 꼽혔다. 특히 이번 감사에서 ‘이산가족 교류’나 ‘통일·탈북자 사업’ 관련 단체들이 국고보조금을 부정 사용하거나 비리를 저지른 사례로 다수 지목된 점이 눈에 띈다.
주요 적발 사례를 보면, 통일운동을 하는 ㄱ단체는 ‘숨은 민족 영웅 발굴’ 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정부 보조금 6260만원을 받았지만, 이 돈을 사업과 무관하게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정치적 강연 등에 썼다고 한다. 이 단체는 보조금으로 ‘대선후보에게 보내는 사회협약’, ‘윤석열 정권 취임 100일 국정난맥 진단과 처방’ 등 정치적 강의를 했고, 그 내용에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 관련 등이 포함됐다는 게 대통령실 쪽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또 이 단체가 실제 원고를 작성하지 않은 사람에게 지급 한도의 약 3배를 초과하는 원고료를 지급했다며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이 단체의 회장은 <한겨레>에 “정부에서 실제 지급된 돈은 1500만원에 불과했고, 강의 내용도 윤석열 정권 퇴진과 관련한 것은 없었다”며 “정부가 진보 성향 단체를 분류해 꼬투리 잡고 짓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ㄴ단체는 독립운동가의 초상화를 전시하는 단순 기능의 앱을 만드는 데 개발비 5300만원을 업체에 지급한 뒤 500만원을 돌려받는 식으로 모두 4개 업체로부터 3300만원의 리베이트를 부당하게 챙겼다.
또 정부 보조금을 받아 일자리 사업을 추진한 ㄷ단체는 강의실, 피시(PC) 설비, 상근 직원 등이 없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로, 공동대표 가운데 한명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원의 시설·기자재를 단체 소유로 허위 기재해 일자리 사업 보조금 3110만원을 부정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 관련 매체인 ㄹ신문은 2012년 폐간한 뒤에도 2019년까지 보조금을 거짓으로 신청해 모두 850만원의 돈을 받아냈다. 보조금 지급 기관은 7년 동안 이 매체의 폐간 신고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업체가 허위 제출한 ‘가짜 신문’만 확인한 뒤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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